의료계, 질본의 의원급 감염관리지침에 "현실 전혀 고려 안해" 비판

대한의사협회-전국16개시도의사회 공동성명 발표 환자간 거리 1m이상 유지 등 비현실적, 의견수렴도 안해 "의료계 의견 수렴해 실현가능한 지침 마련하라"

언론사

입력 : 2020.02.14 17:51

의료계가 정부의 일방적인 '의원급 감염관리지침' 발표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출처:의사신문
출처:의사신문

대한의사협회 및 16개 시도의사회는 12일 성명서를 통해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의원급 의료기관용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감염예방, 관리지침 내용'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지침에 따르면, 앞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은 감염관리자를 지정해 감염예방관리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환자의 대기구역은 과밀하지 않도록 대기 환자의 배치를 관리하도록 했다.

또한, 신고대상에 부합하는 환자가 확인되면 환자를 독립 공간으로 이동시키면서 다른 환자 및 방문객들의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동선으로 이동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대해 의협 및 16개 시도의사회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지침"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감염관련학회의 의견만 존중하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도의사회에 따르면,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은 대부분 의사 한 명을 포함한 소수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감염관리자를 별도로 지정해 대책을 수립하고 행정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침 중 '환자 사이의 거리를 최소 1m 이상 유지하라'는 내용 역시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환자 대기구역은 접수대와 인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매우 협소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신고대상에 부합하는 환자가 확인되면 환자를 독립 공간으로 이동시켜 감염의 노출을 최소화하라는 지침도 공간이 협소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의협 및 16개 시도의사회는 의원급 의료기관들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실제 진료환경의 현실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상명하달'식으로 지침을 배포한 것에 대해서도 강력히 규탄했다.

이들은 "지침의 내용이 대부분의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적용이 어려운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지침이 마련되고 발표되는 과정에서 당사자인 의원급 의료기관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전혀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자는 것인지 감염병 발생 시 지침을 지키지 않는 의료기관에 모든 책임을 묻겠다는 것인지 의도가 의문스럽다"며 "정부가 '메르스 사태 당시 감염병 확산의 책임을 삼성서울병원에 묻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키기 어려운 지침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협 및 16개 시도의사회는 코로나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최전선에서 노력하고 있는 의료기관에 대한 정부의 지원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이들은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은 코로나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최전선에서 마스크, 손소독제 등과 같은 기본적인 위생용품조차 어렵게 조달해 버티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확진자 발생으로 진료를 중단해 피해를 입는 의료기관이 늘어가고 있는데도 정부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보상이나 지원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가적인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오로지 각자도생(各自圖生), 알아서 생존해야 하는 기막힌 상황"이라며 "이런 와중에 일방적인 지침 발표가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것을 보면서 그나마 갖고 있던 정부에 대한 작은 기대마저도 저버리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정부는 더 이상 의료계의 협조와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말고 전폭적인 지원이 어려우면 최소한 먼저 양해를 구하고 존중의 태도라도 갖추는 게 우선"이라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해 비현실적인 지침을 철회하고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과 보상을 전제로 한 실현가능한 지침 마련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의사신문 홍미현 기자 mi97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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