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배를 할머니가 만져줬던 이유

의사에게 배우는 인체생리학

해운대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박억숭 센터장

감각 생리

어릴 때 배탈이 나거나 체하면, 할머니 혹은 엄마가 배꼽 주위를 쓸어가면서 만져주던 기억이 누구든 한 번씩 있을 것이다. 과연 배를 문지르는 것이 효과가 있을까? ‘우리 몸의 감각 생리’를 알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감각(sense)’의 사전적 의미는 ‘바깥의 어떤 자극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감각은 인지할 수 있는 ‘수의적 감각(voluntary sensation)’과 인지하지 못하는 ‘불수의적 감각(involuntary sensation)’으로 나눌 수 있다.

수의적 감각에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평형감각 등의 ‘특수감각(special sense)’이 있다. 또한, 피부감각(촉각, 압각, 온각, 냉각, 통각)과 고유감각(몸의 운동과 위치를 인식)을 포함하는 ‘체성감각(somatic sense)’이 있다.
불수의적 감각에는 혈압과 혈당, pH 등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항상성 유지를 위해 작동하는 ‘내장감각(visceral sense)’이 있다.

‘통증(pain)’은 ‘아픈 증세, 불쾌한 감각’으로 피부감각의 한 종류이다. 통증은 매우 개인적이며 감정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피부에는 ‘통각수용기’가 있어 통증을 뇌로 전달한다. 조직이 손상되면 주변으로 염증이 생긴다. 염증 반응이 있으면 K⁺(칼륨 이온), 히스타민, 프로스타글란딘(PG), 세로토닌, substance P 등의 물질이 주변 조직으로 분비된다. 이 물질들은 통증을 전달하는 통각수용기를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작용’한다. 

사실 내장 자체에는 특수감각과 고유감각에 대한 수용기가 없다. 하지만, ‘내장 통각(내장 통증, visceral pain)’은 내부 공간이 있는 위장관이 급격하게 늘어나거나 수축할 때 느낄 수 있다. 근육 수축 자체의 통증이 있을 수도 있다. 또한, 순환장애에 의한 화학물질(K⁺, 히스타민, 프로스타글란딘, 세로토닌)이 내장 주변의 통각수용기를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들 수 있다. 내장 통각의 특징은 자율신경계 증상인 ‘불쾌감과 구토’ 등이 함께 나타나고, 통증 부위가 명확하지 않아서 ‘다른 부위의 통증으로 투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관통(referred pain)’은 내부 장기의 통증이 피부의 통증과 함께, 하나의 경로를 통해 뇌로 전달되며 발생한다. 뇌가 이 둘의 신호를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장보다는 피부에서 오는 통증으로 해석해버린다. 예를 들어, 뇌가 ‘심근 경색에 따른 통증’을 목, 왼쪽 어깨, 팔 아래의 통증으로 인식해버리는 식이다.

‘윗배부위(epigastric region)’의 통증은 급성위염이나 궤양, 위경련, 역류성 식도염 등이 있으면 생길 수 있다. 또한, 심장질환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어 감별이 필요하다. ‘오른쪽윗배’의 통증은 간, 담도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중간배부위’는 배꼽 주변으로 이 부위의 통증은 주로 장염이 있을 때 생긴다. ‘아랫배부위’는 여성의 경우 방광염과 자궁 외 임신, 성병 등의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오른쪽아랫배’의 통증은 맹장염을 의심할 수 있다.


장염에 의해 중간배부위에서 느껴지는 연관통은 배를 만진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단지, 배를 만지는 ‘촉각 자극’이 통증 자극보다 ‘뇌에 먼저 도달’하여 통증을 억제하고 감소시킬 뿐이다. 비슷한 예로 걷다가 갑자기 침대 모서리에 정강이를 부딪히면,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부딪힌 부위를 문지르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이것을 ‘관문조절(gate control theory)’이라 한다.

요즘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진통제는 염증 반응과 관련된 화학물질을 조절하여 통증을 줄여주는 약물들이다. 약이 없던 시절, ‘배를 만지는 행위’는 질환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통증을 줄이는 효과는 확실히 있었다고 할 수 있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의사에게 배우는 인체생리학

인체생리학을 기반으로 인간에게 각종 질환이 왜 생기는지에 대한 기전을 알기 쉽게 정리합니다.

해운대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장
동원과학기술대학교 간호학과 겸임교수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흉부외과 전공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폐,식도 전임의
고신대학교 흉부외과 의학박사
부산부민병원 응급의학과장
테트라시그넘 이사

2014 "Samuel Dung Detective" ,좋은땅
2018 "해부학", 수문사
2019 "생리학", 수문사
2019 "병리학", 수문사
2020 "약리학" 수문사

2005 "친절한 의사상" 곽병원
2011 "이영균 학술상" 제14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2018, 2019 "최우수 강의상" 동원과학기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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