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가 다초점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면 화풍이 달라졌을까?

이인식의 <당신의 눈, 안(眼)녕하십니까?>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이인식 대표원장

‘빛의 화가’ 모네는 햇빛이 만드는 강렬한 명암의 대비와 자연의 다채로운 색채를 잘 표현하는 화가로 알려져 있다. 모네의 작품 중 ‘수련 연못’은 안과전문의에게도 의미가 있다. 연못과 정원 풍경을 그린 작품에서 백내장 증상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모네는 같은 구도로 수련 연못을 여러 장 그렸는데, 백내장이 심해진 후 같은 구도에서 그린 그림을 살펴보면 거의 초록색을 사용하지 않고 적색을 사용한 것이 흥미롭다. 안과전문의들은 이러한 색 사용의 변화를 백내장의 영향으로 추측하는데, 백내장이 청색광을 차단했기에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검붉은 색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모네가 살던 시대에도 백내장 수술이 있었다. 지금처럼 혼탁한 수정체를 제거하고 수정체의 역할을 대신해줄 인공수정체를 삽입해서 시력을 되찾으면 좋겠다만, 그 당시에는 뿌옇게 변한 수정체를 제거하는 것이 전부였다. 수술 후에는 수정체가 없으니 엄청나게 두꺼운 안경을 쓰지 않는 이상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다만 흐릿했던 수정체를 제거했으니, 눈이 밝아지고 사물을 분간할 수 있었다. 수술 후 그림을 보면 다시 자연 본연의 색채를 사용한 것이 눈에 띈다.

모네를 통해 칼럼의 문을 열었지만, 문득 궁금해진다. 백내장 진단 후 모네가 수술을 빨리 받았으면 화풍에도 변화가 없었을까? 모네가 시력이 유독 좋은 편이었다면 사실 필자는 백내장 수술 시기를 앞당겼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백내장은 노안과 같이 진행되는데, 시력이 좋은 사람들은 불편함을 금방 느끼기 때문에 모네의 경우에도 작업 시 불편함을 겪을 것이라 판단된다. 백내장의 수술 시기는 사실 전적으로 환자의 불편함에 달려있다. 필자라면 6개월에 한 번씩 작업실에 들러 그림의 색채의 변화를 통해 시력장애 정도를 감지하여 수술 시기를 조율했을 것 같다.

만약 모네가 백내장 수술을 했는데, 시간이 흘러 불편함을 호소한다면 또다시 백내장 수술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현대의학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수명을 다한 인공수정체를 제거하고 새로운 인공수정체를 넣는 것으로 백내장 수술은 마무리되는데, 새로운 수정체가 다시 뿌옇게 변할 우려가 없어 굳이 재수술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백내장 재수술’은 후발 백내장을 말하는데, 후발백내장은 수술 자체가 잘못되어 나타난다기보다는 새로운 인공수정체를 넣은 수정체낭에 혼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레이저 시술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모네가 현대에 태어나 스마일라식, 라섹과 같은 수술을 받았다면, 나이가 들어 백내장 수술을 해도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YES’다. 시력교정과 백내장 수술은 전혀 다른 수술이다. 라식, 라섹은 눈의 앞쪽 각막을 깎아내는 방식이라면 백내장은 눈 안쪽의 수정체를 수술하므로, 시력교정을 했다고 해서 백내장 수술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시력교정술을 한 눈은 그렇지 않은 눈과 수술 조건이 다르다. 시력교정술을 받은 눈은 일반적으로 각막이 평평해진 상태라 새로 넣을 인공수정체의 도수를 계산할 때 일반 각막에 적용하던 공식을 따라서는 안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 시력교정술을 받았던 안과에서 백내장 수술을 하는 것이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인식의 <당신의 눈, 안(眼)녕하십니까?>

노안, 백내장, 시력교정술부터 전신상태까지! 의학과 인문학, 생생한 병원 이야기와 트렌드를 결합시킨 재미있는 눈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안과전문의
연세대학교 의학박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안과 외래 교수
미국 백내장굴절수술학회 정회원
실로암 안과병원 과장 역임
카이스트파팔라도 메디컬센터 겸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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