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하루평균 6개 약물 복용… 약력 관리 필요

헬스조선 약사칼럼

서울시약사회 학술위원장 /김예지 약사

중복 복용 등 예방 'DUR 시스템'
일부 약 포함 안 돼… 개선 필요

김수일(70·가명)씨는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을 앓고 있는데, 3개월에 한 번씩 병원을 방문한다. 여기저기 쑤시고 아파서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도 받는다. 요즘엔 미세 먼지 탓인지 콧물·기침이 심해서 동네 이비인후과에도 다니고 있다. 김씨가 먹는 약을 보면, 10개가 넘는다. 자녀들이 챙겨준 오메가3·글루코사민·홍삼·비타민을 합치면 하루에 복용하는 약이 몇 가지인지 셀 수 없다.

약국에서 환자들에게 투약·복약지도를 하면 김씨 같이 하루에 먹는 약의 양이 상당한 사람들이 많다. 가장 아쉬운 점은 약력(藥歷)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환자들이 여러 의료기관을 자유롭게 방문한다. 동네의원이나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근처 약국에서 조제를 받다 보니 환자의 약력이 여러 약국에 산재돼 있다. 같은 약을 중복해서 복용하거나, 약물 간에 충돌이 일어나 건강을 해치게 될 위험이 상존한다. 어떤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환자에게 일일이 물어야 하지만 사실 환자들이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는 약물 간의 중복이나 부작용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2010년 11월부터 DUR 시스템(Drug Utilization Review)을 운영하고 있다. DUR은 병원과 약국에 다 설치돼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DUR 시스템에는 모든 약물이 포함돼 있지 않아 많은 약물들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중복 투여 될 수 있다. 김 씨의 경우도 DUR을 통해 진통소염제 중복이 확인돼 조정이 가능했지만 위장보호제는 걸러지지 않았다.
 


여러 질환이 복합적으로 겹칠 때에는 중복되는 약도 복잡할뿐더러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노인들이 복용하는 약은 입원환자는 평균 18개, 외래환자는 평균 6개라고 한다. 평소 약국에서 사 먹는 일반약과 건강보조식품까지 합하면 그 양은 훨씬 많을 것이다. 약은 그 자체의 독성이 있고 건강보조식품 역시 유효성분을 농축한 것이라 부작용 위험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다. 여러 약물과 건강식품을 동시에 복용하면 부작용이 커진다. 한 연구에 따르면, 2개 약물 복용 시 부작용은 13%, 4개 약물 복용 시 38%, 7개 약물 복용 시 82%까지 부작용이 증가한다.

외국은 약물 중복 복용 등 부작용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환자의 약력 뿐 아니라 혈당·혈압 등 임상검사 수치까지 약사가 조회 가능하다. 대만도 약사가 환자의 약력을 모두 조회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MTM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MTM서비스는 여러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의 연간 약제비가 3017달러(340만원, 2014년 기준) 이상인 경우 약사들이 환자의 약물 이력을 검토하고 상담하는 프로그램이다. 일본에서는 건강서포트약국을 운영 중이다. 건강서포트약국을 이용하는 환자들은 주치의와 연계된 동네의 단골 약국을 갖게 돼 처방받은 약에 대해 수시로 상담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환자의 약물 복용안전을 위해 서울시약사회가 주도하는 '세이프약국'이 있다. 그리고 노인약료전문가 과정을 통해 노인환자에 특화된 약물 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약사회의 노력과 더불어 DUR시스템이 보다 진화해서 의료·약물정보의 빅데이터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춰서 약사와 약국의 역할도 이제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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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약사 프로필

-헬스조선 약사 자문위원
-대한약사회 환자안전의약품본부 부센터장
-서울시약사회 학술위원장
-대구가톨릭대학교 외래교수
-미국 약사
-미국 임상 전문약사(BCPS)
-아시아약학연맹 한국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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