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컴퓨터 유감

Dr. 최재완의 행복한 눈 이야기

센트럴 서울안과 의원/최재완 원장

오늘 진료도 여느 때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진료실을 가득 메운 4개의 모니터들. 모니터에는 각각 접수, 고객관리, 전자차트, 영상디스플레이 프로그램들이 돌아갑니다. 환자 이름을 클릭할 때마다 모든 화면들이 변하니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쏟아지는 많은 정보들. 하나 하나 다 중요한 정보들이라고 생각하기에 눈을 뗄 수 없습니다. 기술의 눈부신 발전. 이제는 사람이 하던 많은 일들을 기계와 컴퓨터들이 해냅니다. 환자의 시신경과 망막의 혈관 하나 하나를 관찰하며 색연필로 정성스럽게 빈 종이에 그리던 시절은 이미 낭만이 된 지 오래입니다. 최신 광각 안저카메라는 환자의 눈 안을 손바닥 보듯이 찍어내고, 혈관조영 장비는 이상이 생긴 모세혈관 한 올까지 숨김없이 찾아냅니다. 아무 것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눈에 생기는 질병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아내면서, 지식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논문과 학회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가끔은 생산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잃어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어제 백내장 수술을 받은 50대 후반의 남성분이 앉으십니다. 환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하다고 말씀합니다. 처음에는 수술결과에 만족하신다는 뜻인 줄 알았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 분의 기억에서 희미해졌던 한 분이 있었다고 합니다. 40년 전 즈음 한 가톨릭계 고등학교의 윤리 선생님입니다. 수녀님이시기도 하셨습니다. 10대 후반 많은 방황을 하던 시절, 열정적인 30대셨던 그 선생님의 말씀들은 삶의 방향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한 번도 찾아 뵈지 못했다고 합니다. 백내장 수술을 받으러 오셨다가, 이제 70대 후반이 되신 그 윤리선생님을 저희 병원 대기실에서 우연히 만나셨습니다. 그 분도 저희 병원 환자분이셨습니다. 제가 다니는 성당의 원장수녀님으로 몇 년 전까지 계시다가 다른 곳으로 떠나셨고, 이제는 1년에 한 번씩 눈 진료 때문에 제가 뵙곤 하였습니다. 얼마나 그 윤리선생님을 보고 싶어하셨는지, 예전과 어쩌면 너무도 같은 우아한 모습이신지, 오늘의 만남이 얼마나 큰 은총인지에 대해 말씀하시며 너무 행복해 하셨습니다. 앞으로 가끔 찾아뵙겠다고 하셨습니다. 환자분의 감사는, 우연한 수술 기회를 통해 소중한 인연을 찾을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감사였습니다.

저도 덕분에 잊고 있었던 것을 찾았습니다. 최신 기술들에 둘러싸여, 치열한 경쟁 속에 둘러싸여 지내다 보니 희미해지고 있었던 것들입니다. 저는 정보 분석가나 의료시술자가 아니라 사람을 다루는 ‘안과의사’라는 것. 모니터 속의 정보를 분석하거나, 백내장 수술을 하는 것, 녹내장 약물을 처방하는 것은 제 일의 전부가 아니라, 일부라는 것. 제가 만나는 환자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소중한 인연을 더욱 아름다운 어떤 것으로 만드는 일에는 소홀하고 있었다는 것.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었던 진료실 많은 분들의 얼굴들이 눈 앞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10여년 전 전공의 1년차 때 크리스마스 이브, 한쪽 눈 안구적출술을 받고 좌절에 빠진 한 소녀에게 전공의 월급을 쪼개어 산 벙어리 장갑을 선물했던 것, 선천 녹내장으로 실명해 가는 아들을 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던 것, 많이 진행된 백내장으로 수술받은 할머님께서 오실 때마나 시골에서 곱게 장만해 오신 음식들에 기뻐했던 것, 저 스스로도 아쉬운 수술결과에 대해 제게 원망보다는 본인의 눈 상태가 좋지 않아서 그랬다고 미안해 하시는 환자분들.

진료실 컴퓨터들을 들여다 보느라 환자분들의 얼굴을 들여다 보는 것을 잊는 일은 없애겠다 마음 먹습니다. 병원은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치료하고, 인연을 맺는 곳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 번 기억하겠습니다. 한 마디라도 더 들어 드리고, 손이라도 한 번 잡아드리고, 혹시 희망이나 위로가 될 수 있는 말 한마디라도 해야 하는 일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컴퓨터를 보는 만큼 사람도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눈으로 인해서 그 사람이 잃어가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의사는 늘, 환자들 덕택에 성장한다는 것을 잊지 않겠습니다. 소중한 인연과 훌륭한 가르침을 주신 모든 환자분들께 감사합니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Dr. 최재완의 행복한 눈 이야기

바야흐로 고령화 사회입니다. 행복수명을 누리기 위해서는 눈 건강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녹내장, 백내장 등 만성 눈질환 치료의 전문가, 센트럴서울안과 최재완 원장이 행복한 눈을 위한 꿀팁들을 알려 드립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아산병원 안과 전문의(의학박사)
서울아산병원 안과 녹내장/백내장 분과 임상교수
예일대 & 몬트리올대 안과 단기 연수
존스홉킨스대 안과학 리더쉽 과정 수료
마르퀴즈후즈후 세계인명사전 보건의료부문
Marquis Who’s Who in the Medicine and Healthcare 등재 (2009-2010)
마르퀴즈후즈후 아시아 인명사전
Marquis Who’s Who in the Asia 등재 (2011-2012)
세계녹내장학회 최우수논문상 후보 (2008)
대한안과학회 최우수 학술논문상 · 이안과장학회 (2006)
대한안과학회 학술대회 수술비디오부문 최우수상/우수상 연속 수상 (2003)
서울아산병원 안과 외래부교수 및 임상자문의
대한안과의사회 정보통신이사
대한안과학회 홍보위원
한국녹내장학회 정회원
미국시과학연구회 정회원
한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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