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치료 효과 높은 ‘3세대 표적항암제’, 환자 접근성 높여야

세계 암의 날

연세암병원/김혜련 교수

매년 2월 4일은 국제암연맹(UICC)이 제정한 ‘세계 암의 날(World Cancer Day)’이다. 올해 의 주제는 “우리는 할 수 있고, 나도 할 수 있다(We Can. I Can)”로, 암은 더 이상 개인(I)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사회적으로 함께 극복해야 하는 공공(We)의 보건 이슈라는 뜻을 담고 있다.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수 많은 폐암 환자들을 매일 만나는 필자가 하루에도 몇 번씩 공감하는 내용이다. 2016년은 그 어느 때와 견줄 수 없을 정도로 획기적인 폐암 신약들이 앞다퉈 국내에 도입되었지만, 보험급여 등재와 같은 사회적 보장성은 한껏 움츠렸던 한 해였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에서 암으로 사망한 다섯 명 중 한 명이 폐암 환자다. 이처럼 ‘불치의 영역’에 가까운 폐암 분야에서 지난 해 신약들이 보여준 성과와 희망은 매우 컸다. 면역항암제라는 새로운 계열의 치료제가 등장했고, 해외 학회에서는 그 동안 치료제가 없었던 영역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신약 연구결과가 잇달아 발표됐다.

폐암전문의와 환자들에게 무엇보다도 기쁜 것은 3세대 표적항암제의 국내 허가 소식이었다. 3세대 표적항암제는 기존 1세대 표적항암제의 내성에 다시 표적하는 기전으로, 폐암 환자의 장기생존 시대에 한 발 더 다가섰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약제이기 때문이다. 3세대 표적항암제인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는 EGFR 표적치료 내성으로 발생하는 T790M 변이 환자에서 기존 치료법 대비 생존기간을 70% 연장시켰고, 이러한 효과는 뇌 전이 환자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또한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발병하는 유전자형인 EGFR 변이와 내성에 작용한다는 점도 타그리소가 우리나라에서 매우 필요한 치료 대안임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하지만 정작 의료현장에서 이러한 폐암 신약의 처방전을 받아가는 환자들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사실상 환자들이 약을 구할 수 있는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폐암 신약 중 건강보험이 인정된 약제는 단 한 개로, 타그리소를 비롯한 대부분의 폐암 신약들이 제도에 갇혀 환자들에게 닿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강보험 재정의 합리적인 운영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 고민은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유전자 변이 확인을 통해 치료 효과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폐암의 표적항암제만큼은 급여보장이 필요하다. 작은 알약 하나로 환자는 6개월, 길게는 3~4년, 어쩌면 10년이 될 지도 모르는 소중한 삶을 살 수 있다.

지난 4년 간 필자와 함께 폐암과의 어려운 싸움을 이어오고 있는 환자가 있다. 표적항암제 치료 1년 후 내성이 찾아온 환자는 한 때 뇌 전이로 걸을 수도 없었고 본인의 이름을 기억하지도 못했다. 환자는 타그리소 임상시험에 참여했고 일주일 후, 걸어서 퇴원했다. 한달 후 다시 만난 환자는 본인의 이름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인지 기능이 돌아왔다.

몇 년 전만해도 기적이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 되었고, 실제 3세대 EGFR 표적항암제로 치료받고 있는 폐암 환자들에서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새롭게 시작된 2017년에는 폐암 신약의 급여를 통해 많은 폐암 환자들이 이러한 기적 같은 현실을 누릴 수 있길, 그리고 이 현실을 통해 완치라는 기적을 다시 꿈꿀 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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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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