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이 목소리에 미치는 악영향

김형태원장의 목소리컬럼

예송이비인후과/김형태 원장

‘보스턴 티 파티’란 사건이 있었다. 영국의 세금 정책에 저항하는 미국인들이 보스턴 항구로 들어온 차 상자를 바다로 내던진 일을 말한다. 18세기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미국인들은 영국에서 수입되던 차를 거부했는데 이를 계기로 커피의 소비가 늘어났다. 오늘날 미국의 주류 음료인 커피 문화는 이렇게 생겨났으며, 커피는 목소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성대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열림과 닫힘 그리고 고속의 진동이 필요한데, 이때 성대 점막에 대한 윤활작용이 필요하다. 성대의 진동은 음파를 생성시키며, 성대의 닫힘은 기도에서 올라오는 공기에 일정한 압력을 형성한다. 성대가 완전하게 닫히지 않으면 공기가 새어나가 목소리에 영향을 끼친다. 성대의 윤활작용은 성대의 진동 유지와 관련이 있다. 일반적인 대화 시 성대의 열림과 닫힘은 초당 100~300회까지 고속으로 이뤄지고, 노래를 하는 경우에는 초당 3000~2만 회에 이른다. 자동차의 엔진오일이 엔진의 손상을 막듯이 성대의 고속 진동에 윤활작용이 없으면 점막세포가 벗겨지고 파괴된다. 성대 주위에 있는 수백 개의 미세한 샘에서 분비되는 점액이 일종의 코팅작용을 통해 성대 진동 시 저항과 열 발생을 억제해 성대 점막을 보호하는 것이다.

점액 분비는 자율신경계에 의해 조절된다.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구분된다. 교감신경이 외부자극이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극을 받으면 침이 마르고 점액 분비가 억제되는데, 이럴 때 부교감신경은 신체적 반응을 안정시키고 점액 분비를 정상화하는 일을 한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거나 과도한 긴장을 하는 경우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성대의 윤활유 분비가 감소한다. 이 상태에서 무리하게 큰 소리를 내면 성대 점막에 마찰이 심해져 점막이 벗겨지거나 궤양이 생기고, 성대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윤활유 역할을 하는 점액 분비는 몸이 피곤하고 지칠 때, 과도한 음주 시, 후두염증과 같은 감기증상이 있는 경우,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나 홍차를 마실 때 감소한다. 이처럼 성대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만 간과하기 쉬운 것이 커피와 녹차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이다.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는 항암 효과와 혈압 강하, 다이어트 및 숙취 해소, 구치 예방 등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중추신경을 흥분시켜 수면을 방해하거나, 위벽을 자극해 위식도역류를 일으킬 수 있으며 위궤양, 부정맥, 심근경색의 발생률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된다.

또한 차는 소화를 돕고 머리를 개운하게 해주지만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어 목소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렇듯 커피와 차는 노화 방지와 성인병 예방 등에 유익하지만 체내의 수분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카페인의 이뇨 작용으로 인해 성대의 점액 분비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목소리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목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커피와 차는 가볍게 마셔도 좋지만 공연 중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초콜릿, 코코아 등과 같은 카페인 함유 식품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목을 보호하기 위해 날계란이나 도라지 국물, 유자차나 녹차를 섭취하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이들 중 어느 것도 성대의 윤활작용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윤활유 성분과 가장 가까운 물을 수시로 마시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때 마시는 물은 체온과 비슷한 온도가 적당하며, 다소 차가운 물은 성대의 붓기를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후두와 성대는 신이 선물한 아름다운 악기임은 틀림없다. 이 악기는 그 어떤 악기보다 우수하며 상상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신의 선물도 한 순간의 실수로 망가져버릴 수 있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남용을 삼가 성대를 보호해야 한다. 천상의 목소리도 결국 자기관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형태원장의 목소리컬럼

외모보다 더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목소리의 모든 것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전문의 / 의학박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학교실 부교수
현 예송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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