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병균’이라는 모스 부호를 전송함

헬스조선 약사칼럼

승민약국/이순훈 약사

깃털처럼 홀연히 내려앉아 그 낱말이 가진 생래적 이미지에 생기를 불어넣는 글자가 있다. 갓 · 개 · 맨 · 풋 · 헛 등등의 접두사가 그렇다. 이들은 각각 스물 · 꿈 · 손 · 고추 · 기침이라는 낱말을 어근으로 삼아, 갓스물 · 개꿈 · 맨손 · 풋고추 · 헛기침이라는 애초롬한 이미지로 거듭난다.

살짝 형상화 느낌이 돋는다. 상투성에 갇혀버린 불변의 물질명사들에게 선명한 느낌을 풍겨낼 이미지를 덧입혀주었으니 말이다. 이런 야성을 가진 접두사들은 사물의 동작이나 작용을 나타내는 ‘동사’와 맞닥뜨려도 의연하게 그에 앞장선다. 앞 문장의 ‘덧입혔으니’가 바로 동사 ‘입다’를 이끄는 접두사 ‘덧’의 활용 예다.

그 외에도 함부로 대함을 뜻하는 ‘짓(밟다) · 쓸데없음을 드러내주는 ‘군(말)’ · 몹시 변덕스러움을 강조하는 ‘불(여우)’의 경우처럼, 저마다의 방향성을 도드라지게 이끄는 그 많은 접두사들 가운데 유독 세상과 불화하는 한 글자가 있다. ‘못 쓰게 된’ 혹은 ‘이미 다 써버린’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폐’자다. 이유는? 폐건전지 · 폐의약품 · 폐형광등, 지구를 지켜나가기 위한 녹색생활운동의 훼방꾼들로 통칭되는 민폐 폐기물 군(群)과 접속되는 그 속성 때문이다.

 물질도 순환한다. 한 알의 씨앗이 발아하여 잎과 꽃의 시절을 살다 흙으로 돌아가듯, 물질의 한살이도 생산 · 유통 · 소비 · 폐기의 차서를 밟는 생주이멸 과정을 답습하여 불용의 부산물을 남긴다. 재활용이나 매립, 혹은 소각 등의 뒤처리가 요구되는 쓰레기들이다. 그중에는 74억 지구인의 건강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엄중히 분리 처리시켜야 할 요주의 물질들이 많다. 유해 폐기물, 다시 말해 일련의 폐기 처리 과정 중 화학적 변성이 진행되어 인간의 건강이나 환경에 위해를 가하게 되는 폐기물들을 말한다. 분리수거 후 재활용품으로 선순환 될 물질이라 해도 여타의 폐기물들과 혼합보관 시 유해화학반응을 일으킬 위험요소를 가졌다면 역시 같은 카테고리로 묶는다.

이들의 주된 혐의는 생태계 자정능력의 교란이다. 생산자 · 소비자 · 분해자의 평형을 전제로 한 생태계의 자생적 순환이, 대기오염 · 수질오염 · 토양오염 · 해양오염 등으로 인해 뒤죽박죽 뒤엉키게 되어 종국에는 먹이사슬 · 에너지 흐름 · 물질 순환의 사이클마저 교란시켜버리는 생태환경 황폐화의 주범이 바로 유해폐기물이라는 거다. 근거는? 매연과 프레온가스 방출에 의한 오존층 파괴와 지구온난화 · 폐수에 의한 어패류의 감염과 각종 수인성 전염질환들 · 유독한 산업폐기물의 매립과 농약의 대량 살포에 의한 토양의 사막화 등등이 그 예로 지목된다.

 사람은 환경을 자양분 삼아 삶을 지속한다.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대한민국의 총면적은 99,720km²다. 이는 전 세계 땅 면적의 겨우 0.65%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단위면적당 총폐기물 발생량은 2011년 기준 OECD국가 중 4위다. 내 삶의 자양분이 되는 이 작은 나라의 산과 들과 강이 미국의 7배 · 캐나다의 141배나 되는 엄청난 폐기물로 몸살을 앓았다는 얘기다. 화들짝 놀란 정부가 팔을 걷어붙인다. 국가폐기물관리 종합계획을 내세워 매립 39.8% · 재활용 54.9% · 소각 5.3% 비율로 처리되던 폐기물 처리방식을 매립 9.3% · 재활용 84% · 소각 6.0%로 하여, 재활용처리 비율을 확 끌어올린 해가 2013년이다.

음식물쓰레기종량제가 시작된 것도 같은 해다. 지자체들도 덩달아 바빠진다. 유리병과 폐지와 헌옷은 깨끗이 분류하여, 음식물쓰레기들은 헹구어 건조시켜서, 스티로폼은 되도록 부스러지지 않게, 알루미늄 캔은 찌그러뜨려서, 폐의약품은 잘 분리수거하여 약국이나 보건소의 폐의약품함에, 폐형광등은 부딪쳐 깨지는 일이 없도록 신문지에 말아서…. 품목 마다의 처리지침이 열거된 분리수거 홍보물들이 가가호호 배달된다. 결과는? IMF 이후 매년 2% 이상 증가해오던 전국 총 폐기물량이, 전년도인 2012년 대비 0.3%나 감소한다.(380,709t,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환경부)

 습성은 생각보다 고집스럽다.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환경오염 방지에 솔선해보겠다는 개개인의 각성은 금세 느슨해지고 만다. 바야흐로 물질만능의 디지털혁명에 편승한 소비적 인간, 호모 콘숨멘스 시대를 관통 중이라는 거다. 우리 국민 한 사람이 70평생을 살면서 배출하는 생활쓰레기는 무려 55톤을 상회한다, 폐기물 매립시설은 2014년 현재 287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면적은 약 59㎢로 여의도 면적의 19배에 해당한다.

매립 후 썩지 않고 버티는 기간만 해도 스티로폼 500년, 비닐봉지 100~120년, 플라스틱 100년, 알루미늄캔 80~100년. 이같은 경고성 보도들이 주기적으로 출몰하지만, 전국 총 폐기물량 증가율은 다시 연 2%대로 올라선다. 정부의 폐기물 관련 규제 강화로 인한 산업폐기물과 의료폐기물 지정항목 수의 증가, 그리고 각 지자체들이 지역별 · 산업별 특수성을 감안해 폐기물 관련 조례들을 제정 시행하게 된 것도 한 몫 거들었다.

대책은? 재활용 인센티브 강화 및 업사이클링 정책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매년 9월 6일 개최되는 ‘자원순환의 날’ 행사 속으로, 폐기물의 활용성을 높여 상품화한 업사이클링 제품 전시 · 재활용 가정용품 직접만들기(DIY) · 분리배출 체험교실 등의 부대행사들이 끼어들고, 자원순환 활동에 기여한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게 대통령 표창 · 국무총리 표창 등의 정부포상이 동원되고 있다하니, 2016년 통계수치가 살짝 기대된다.

 2017, 붉은 닭의 해가 오고 있다. 일렬로 진군해오는 정치 · 경제 · 사회 · 교육 · 복지 관련 새로운 정책 중, ‘3년 재검토형 일몰제’ 딱지를 붙인 ‘빈 용기 보증금 제도’가 유독 눈에 띈다. 빈병을 반환하는 소비자에게 환불해오던 보증금이, 소주병은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대폭 오르게 된단다. 3년 일몰이 아니라, 오래도록 존치 가능하리라는 믿음이 돋는다. 이러한 생활밀착형 정책이 기대되는 시급한 과제가 있다. 그 위해범위가 토양 · 대기 · 지하수 · 해양 · 상수원 등등을 망라하여, 먹이사슬, 다시 말해 토양이나 수질에 축적된 오염물질이 먼저 동식물의 조직으로 흡수되었다가, 다시 그 동식물을 식재료 삼은 음식물을 통해 사람의 몸을 해치게 만든다는 ‘폐의약품’ 관련이다.

모든 생체세포의 조직이나 생활기능은 미세한 화학반응 체계로 연동되어 있고, 의약품은 그 생체세포의 수용체에 직접 작용하여 기질적 · 기능적으로 변이된 부분을 복원시키는 효능을 가진다. 거기에는 특정 생물종을 위한 맞춤형 생물화학작용이 발휘된다는 전문성도 내포되어 있다. 잘못 투약하면 정상세포들을 해치고, 여타의 폐기물과 혼합폐기하거나 하수구 등을 통해 폐기할 경우엔 접촉물질과의 유해화학반응에 의한 악성 독성물질로 변종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유해가스 배출방지 최적온도인 850℃ 이상의 고온 소각처리를 대비한 물샐틈 없는 폐의약품 분리수거! 여기가 바로 소비자의 능동 참여유도를 겨냥한 인센티브 정책이 기대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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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훈 약사 프로필

-헬스조선 약사자문위원
-대한약사회합창단장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
-전국약사문인회 부회장
-승민약국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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