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흡연과 목소리의 상관관계

김형태원장의 목소리컬럼

예송이비인후과/김형태 원장

제2차 세계대전의 중심에 있던 처칠과 히틀러의 공통점은 훌륭한 연설가였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카리스마는 그들의 매력적인 목소리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칠의 목소리는 다소 큰 체구, 음주와 흡연으로 인해 명료도가 떨어지는 중저음이었으며, 말을 할 때 약간의 울림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히틀러의 목소리는 톤이 높고 화음이 좋았으며, 음주와 흡연을 하지 않아 목소리 명료도가 좋았다. 짧게 끊어서 강하게 발음하는 특징은 대중들을 선동하기에 적합했다.

풍부한 화음을 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깨끗한 성대다. 성대 점막의 진동면이 깨끗해야 정확히 진동이 일어나고 많은 하모닉스가 만들어진다. 성대 면이 붓거나 깨끗하지 못하면 하모닉스 생성이 어려워진다. 이 경우 목소리가 깨끗하지 못하고 잡음이 섞이며 답답하고 단조로운 목소리가 된다.

성대 점막이 붓거나 거칠게 만드는 가장 흔한 원인은 바로 흡연과 음주다. 담배 연기는 구강을 통해 흡수된다. 흡입할 때마다 연기에 포함된 약 4000여 종의 성분들이 몸 속에 들어오게 되는데 이 때 연기의 중심온도는 약 900도에 달한다. 호흡할 때 코는 공기의 습도와 온도를 조절하는 습윤 기능과 자동온도조절 장치 역할을 하는데, 코로 숨을 쉬지 않고 입으로 쉴 경우에는 자동온도조절, 정화와 보습 기능을 거치지 않고 바로 후두와 성대, 기관지로 들어가므로 쉽게 입 안이 건조해진다.

담배 연기 또한 코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니코틴과 타르가 성대와 후두의 점막에 직접 닿게 되며, 고온 건조한 공기가 인두강과 성대 및 후두에 영향을 미쳐 입 안을 건조하게 만든다. 이는 성대 윤활유를 마르게 해 성대 점막을 손상시키고 성대에서 생성된 진동이 담배 연기로 인해 인두강이 건조해져 마치 마른 통에서 울리는 소리처럼 적절한 화음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성대가 마른 상태에서 진동하면 성대 점막이 열상을 입거나 쉽게 헐게 된다. 일반적으로 A음을 낼 때 성대는 초당 약 440회 진동을 하는데, 10초 동안 소리를 내려면 4400회의 진동이 필요하다. 손등을 문지른다고 생각해보면 살갗이 벗겨지고 피가 나거나 화상을 입을 것이다. 따라서 성대가 마른 상태에서 말을 하는 것은 성대에게 가혹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흡연을 하면 점액 분비가 늘어 가래에 니코틴이 함유된 채로 위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는 위산 분비를 자극해 위 식도 역류까지 발생시킨다. 위산이 후두를 직접 자극하면 후두의 뒤쪽, 점막, 성대, 성문하부까지 붓는 전형적인 역류성 인후두염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처럼 흡연은 성대에 치명적이다.

남자보다 여성의 흡연이 좀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데 여성의 경우 성대의 미세구조물 중 고속 진동 시 성대 점막이 벗겨지지 않게 붙들어주는 고정 섬유가 남성보다 약해 담배의 영향을 쉽게 받기 때문이다. 이 고정 섬유가 끊어지면 점막이 떨어지면서 성대가 붓고 물이 찬 것 같은 부종이 생기는데, 특히 하루에 15개비 이상 피울 경우 거의 99%가 라인케씨 부종(Reinke’s edema)이 나타난다.

일부 애연가들은 “처칠도 시가를 많이 피웠지만 장수했다”라며 스스로를 위안하기도 하는데 사실 처칠은 말년에 각종 질병에 시달렸다. 1955년 60세의 나이에 뇌졸중으로 숨을 거두었는데, 개인에 따라 과도하게 흡연을 계속할 경우 발병률이 높아질 수 있다. 그가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면 더 오래, 건강하게 말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형태원장의 목소리컬럼

외모보다 더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목소리의 모든 것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전문의 / 의학박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학교실 부교수
현 예송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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