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식욕을 포함한 우리 가족들의 호르몬 이야기

호르몬 명의 안철우교수의 호르몬 이야기

강남 세브란스병원/안철우 교수

지난번에 말씀드린 부부관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이정도로 얘기하고 이제는 딸이나 손녀들 부모님 등 가족들의 호르몬 이야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10살도 안 돼서 초경하는 너무 조숙한 아이들, 왜 그럴까요? 이것은 환경적인 이유로 여성호르몬이 너무 빨리 분비되어서 그런 것인데 무조건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초경이 빨라지면 성장 호르몬을 억제해서 한창 성장기 애들 키가 안 크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 여성 질병에도 취약해질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여성호르몬에 오래 노출된다는 건, 초경을 빨리 하고 폐경을 늦게 한다는 건데 여성 호르몬에 오래 노출되다 보면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유방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지기도 하고. 자궁내막암 등 여러 질환들이 발생하여 그렇기 때문에 결코 좋은 일이 아닙니다. 초경이 너무 빨라지거나 하는 건요! 아까 잠깐 말씀드렸는데 이런 현상을 부추기는 것 중 하나가 우리가 살아가는 주변 환경의 변화가 문제인데요.

요즘 아이들이 많이 먹는 인스턴트 음식도 그 중 하나로, 성 호르몬을 교란시키게 됩니다. 따라서 아이들 생활습관을 꼼꼼히 따져보시고 아이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니까, 너무 조숙해 보이는 내 아이 때문에 고민이거나, 혹은 손녀가 그래서 걱정인 분들. 이제는 이런 분들은 아이들이 요즘 무엇을 먹고 있나? 부터 살펴야 합니다. 먹는 것이 호르몬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거든요. 식품뿐만 아니라 산업화 등으로 인해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환경 호르몬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제 컴퓨터 핸드폰 전자파 등 요즘 아이들이 성장하는 환경이 우리 어머니들 세대가 자랄 때와 얼마나 다른지도 한 번 체크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흔히들 성장호르몬은 우리 가족 특히 성장기 아이들의 성장을 좌우하는 중요한 호르몬이고 아이가 키가 크지 않아서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할까? 하는 얘기들을 많이 들었을 텐데요 이미 성장이 훨씬 끝난 우리 부모님들에게도 성장호르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성장호르몬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아이들 키 크게 하는 호르몬 정도로 생각하시지만, 이는 성장 호르몬이 하는 일의 일부일 뿐이고, 성인들에게도 성장 호르몬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우리가 나이가 들면서 볼살이 줄고 얼굴이 야위고 팔 다리는 점점 가늘어지는 반면 복부에는 지방이 집중적으로 쌓이면서 에스라인이 아니고 D라인 부각되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요? 생각하셨겠지만 바로 성장호르몬 때문인데요! 뇌하수체에서 만들어지는 성장 호르몬은 성장뿐 아니라 에너지 대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춘기뿐만 아니라 평생 동안 몸 안에서 분비되는데요, 그런데 그 양은 나이에 따라 달라집니다. 보통 20대 이후부터 10년마다 14.4%씩 감소해서 60대가 되면 20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성장 호르몬이 부족하면 몸은 어떻게 될까요? 근육량은 줄어져서 운동 능력을 떨어지고 체지방량은 늘고 특히 복부비만이 생겨서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고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의 대사증후군과 동맥경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게 됩니다. 성장 호르몬 너무 많이 나오면 말단비대증 같은 질환이 생기는 것도 문제지만, 성장 호르몬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도 노화에 따른 질환들이 많이 생겨서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성장 호르몬은 인간이 평생을 살아가는 데 연관 있는 중요한 호르몬이고, 최근에는 노인들에게서 성장호르몬 결핍 치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또 중요한 호르몬 몇 개 더 말씀드릴게요. 요즘 저를 자주 찾아오시는 환자들 중에서 심장이 쿵쾅거리고, 화끈화끈 열이 오르고, 이유없이 우울해져서 병원을 찾아 오신 분이 있습니다. 이런 분은 어디서 진료 받아야 할까요? 심장내과? 내분비내과? 정신과? 뜻밖에도 갑상선 호르몬에 이상이 왔을 때 이런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심장이 두근거리고 예민해질 때도 무기력하거나 우울할 때도 갑상선 호르몬을 검사해봐야 하는 겁니다!

요즘 여성들의 대세 호르몬, 갑상선 호르몬. 요즘 여성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암이 갑상선암 인데요. 사실 갑상선 암말고도 갑상선의 기능이상 갑상선 질환도 많이 발병하거든요. 갑상선은 갑상선 호르몬이라고 우리 몸의 중요한 호르몬을 분비하는 엔진 같은 것입니다.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하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발생해서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피곤하고 얼굴도 푸석푸석해집니다. 또 몸이 붓고 살도 찌고 변비도 생기고 고지혈증도 생기게 됩니다. 반대로 갑상선 호르몬이 많이 나오면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생겨서 신경이 예민해지고, 잠도 오지 않고 두근거리고 불안해집니다. 또 땀도 많이 나고 설사도 하고 많이 먹어도 살이 빠지고 나중에 안구도 튀어 나오게 됩니다. 이런 갑상선 기능의 문제를 가족들은 혹시 신경과나 정신과적 문제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이 있거든요. 이런 것들도 다 호르몬 때문입니다! 또 여성분들 중에 물만 먹어도 살 찐다는 분들, 다이어트만 했다 하면 백전백패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왜 그럴까요?

먹는 게 얼마나 문제가 됐었는지 아주 오래 전 그리스 신화에도 허기를 느끼는 형벌을 받은 인물(에리직톤)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에리직톤이라는 인물은 아주 거만하고 불경스러운 사람입니다. 제우스의 누나 데메데르의 신성한 정원에 있는 커다란 나무를 도끼로 쓰러뜨려서 이에 분노한 데메테르는 에리직톤에게 어마어마한 벌을 내립니다. 즉, 에리직톤의 혈관에다 독을 투입하는데, 그 후 에리직톤은 아무리 먹어도 늘 허기를 느끼는 저주를 받게 됩니다. 이후 에리직톤은 눈에 보이는 모든 음식을 먹어치우지만, 여전히 배고품을 면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모든 재산을 먹는데 다 써버리고, 더 이상 음식을 구할 돈이 없자 자신의 딸마저 팔아버립니다. 노예로 팔려간 딸은 자신의 모습을 변장하여 주인으로부터 도망쳐나옵니다. 그럼에도 에리직톤은 도망쳐나온 딸을 또다시 팔아서 먹을 것을 삽니다. 그러다가 바다와 같은 허기를 채우지 못한 에리직톤은 결국 자신의 몸을 모두 뜯어먹은 후에야 그의 비극은 끝이 나고 맙니다. 이렇게 에리직톤은 먹어도 먹어도 배고픔을 느끼게 되는 형벌을 받은 걸로 되어 있었는데 왜 에리직톤은 이런 고통을 겪게 된 걸까요? 저주일까요?

우리 몸에서는 식욕 호르몬인 그렐린이 분비됩니다. 그렐린은 췌장과 위에서 분비되는데, 배고프니까 먹어라 먹어라! 하는 호르몬입니다. 제가 처음에 저녁을 많이 먹어도 야식생각이 막 나는 얘기를 했었죠? 그러니까 이것은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이름도 음침한 그렐린이 밤 10-11시에도 활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렐린만 분비되면 우리 몸은 자꾸 먹기 때문에 비만으로 가게 될텐데, 우리 몸은 정교해서 그렐린을 누를 수 있는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배불러~ 배불러~ 이제 그만 먹어하는 호르몬이 분비되는 거죠. 그 호르몬이 바로 렙틴인데요. 이 균형이 무너졌을 때 비만이 됩니다. 걷잡을 수 없이 몸이 불어나기도 하고, 렙틴은 식욕억제 호르몬인데 정상적으로 균형점을 유지한 상태에서는 음식 섭취를 억제하고 에너지소비를 촉진시킵니다. 렙틴은 참 이상하게도 우리 몸의 지방세포에서 분비됩니다. 장기가 아니고요.

그러면 답이 나왔지요? 정상적인 세팅에서는 렙틴은 식욕을 억제하고 살이 안 찌게 하니까 렙틴이 더 많이 분비되면 살이 안 찔 것 아닙니까? 렙틴을 처음 발견했을 때에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비만한 환자들에서 렙틴 다이어트도 시도해봤지요. 하지만 우리 몸은 대단히 정교합니다. 고도 비만 상태에서 과도한 렙틴은 렙틴 저항성이 와서 렙틴이 역할을 못하는 상태가 된 것... 그게 렙틴 저항성입니다. 그래서 소용이 없었습니다. 상대적인 그렐린과 렙틴호르몬들이 정교하게 균형을 유지할 때 우리 몸이 돌아가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렙틴과 그렐린. 이 두 호르몬의 균형점을 잘 유지해야.체중을 줄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비만과의 전쟁에서 지지 않으려면 식욕의 정체부터 알아야 합니다. 식욕 호르몬이 계속해서 불균형을 이루면 인슐린과 같은 다른 호르몬의 불균형과 혼란을 초래합니다. 대사증후군이라고 하는 온갖 생활습관병(고지혈증, 고혈압 등)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되죠!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고통받는 것이 당뇨병!인데 이것도 대사증후군의 하나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요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환경은 여러 식욕 호르몬 혼란을 일으키는 나쁜 환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흔히 잘 모르고 드시는 식품첨가물의 액상과당, 트랜스지방 등을 우리 몸은 음식으로 인식 못하고 그래서 식욕을 억제하지는 못하지만 자꾸 칼로리가 쌓이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인스턴트나 패스트푸드에 (액상과당, 트랜스지방)이 많이 들어있는데 이것들이 우리 몸에 들어가면 식욕 호르몬의 교란을 일으킵니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건 이런 호르몬의 영향 때문인데, 식욕 호르몬의 교란을 바로잡지 않으면, 아까 말씀드린 에리직톤처럼 거짓 배고픔의 형벌을 받게 되는 거죠!

자, 그럼 어떻게 식욕 호르몬의 교란을 멈출 수 있느냐? 요즘 1일 1식 간헐적 단식, 아침 거르는 분들 많은데 그러면 점심 저녁 폭식하는 경향 있습니다 간헐적 폭식이 되는거죠! 그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식욕조절 호르몬이 혼란이 오는 것이죠! 저녁에 회식 하게 되면 아주 늦은 시각까지 폭식. 그래놓고 하루 두 끼밖에 안 먹는다고 하면서 왜 자꾸 살이 찌느냐고 합니다. 호르몬과 몸은 거짓말 하지 않습니다. 먹는 만큼 표현하는 겁니다. 그래서 안 먹고 싶은데 나도 모르게 자꾸 손이 간다면, 내 몸의 그렐린이 불균형하구나, 렙틴이 나와서 조절을 해야 하는데 잘 안 되는구나, 알아차리셔야 합니다. 특히 아름다워지고 싶은 여성분들 왜 다이어트만 하면 백전백패하는지 이제 아시겠지요? 내 몸에서 분비되는 그렐린이 너무 많이 분비돼서 백전백패 하게 되는 건 아닌지 한 번 돌아봅시다.

그래서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거짓 식욕을 일으키는 그렐린과 같은 식욕조절 호르몬의 불균형을 정상점을 찾는 것이 올바른 다이어트의 시작이 되어야 합니다.

이렇듯 우리 가족들의 일상에서 호르몬은 많은 일을 하고, 또한 이런 호르몬의 이야기들은 가족들의 건강과 이해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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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강남 세브란스 병원 과장
대한내분비학회 학술이사 (2015.1~현재)
연세대학교 의료원 강남 발전기금 사무국장 (2014.9~현재)
강남 세브란스 병원 의생명 융합센터 소장 (2014.4~현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 교실 교수 (2013.3~현재)
강남세브란스 병원 내분비 당뇨병 센터 소장 (2013.3~현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혈관대사 연구소 소장 (2010.9~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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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당뇨병학회 홍보위원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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