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고 낮은 중저음 목소리 자주 흉내내면 ‘보가트-베이콜 증후군’ 생길 수 있어

김형태원장의 목소리컬럼

예송이비인후과/김형태 원장

사춘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어른이 되기 싫은 모순된 감정 속에서 어른들을 미워하게 되고, 자신의 불확실성을 숨기기 위해 즉흥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자신에 대한 불확실성과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 고립되는가 하면 아무도 자신을 이해하고 돌봐 줄 수 없다는 강박관념을 느끼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미래를 제시해 주는 롤모델(role model)을 찾는다. 그리고 청소년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그 롤모델과 스스로를 동일시한다. 그들을 우상으로 여기며 의상이나 몸짓, 심지어 목소리까지 따라 한다.

1940년대 미국인의 우상이었던 배우 중에 험프리 보가트(Humphrey Bogart)와 로렌 베이콜(Lauren Bacall)이 있다. 그들은 매혹적인 저음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는데, 당시 미국의 청소년들은 보가트의 남성적인 모습과 목소리를 자주 흉내 냈다. 험프리 보가트의 목소리는 일반적으로 흉내내기 쉽지 않은 낮은 중저음이었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낼 수 있는 목소리의 주파수를 ‘기본 주파수’라 한다. 성대 근육이 긴장되지 않고 편안하게 이완된 상태에서 양쪽 성대가 부드럽게 접촉해 진동하게 되고, 음을 높일 때 사용되는 근육인 윤상갑상근이 적당한 힘으로 성대 근육을 긴장시켜 소리를 만든다. 그런데 자신의 기본 주파수보다 낮은 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위적으로 성대의 접촉면을 넓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성대 근육에 힘을 주어 성대를 더 넓고 짧게 만들어야 한다. 음을 높이는 근육은 강제로 이완시키는 한편 성대 길이를 좀더 짧게 만들기 위해 후두를 내리누르면서 발성해야 한다.

이러한 발성 패턴은 매우 비정상적인 근육 움직임을 초래하는 것으로, 오랜 기간 이 패턴을 유지하면 음을 높이지 못하고 낮은 음만 내게 된다. 1940년대 미국에서는 이러한 발성 장애가 빈번하게 발생했는데 이를 ‘보가트-베이콜 증후군(Bogart-Bacall Syndrome)’ 이라 명명했다. 사회적인 유행이 새로운 발성 장애로 이어진 것이다.

문제는 잘못된 발성 습관이 곧바로 발성 장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성인은 어느 정도 발성 패턴이 굳어 있어 쉽게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이지만, 청소년기의 후두와 성대는 급격하게 성장하기 때문에 상할 가능성이 높다.

보가트-베이콜 증후군이 생기면 일반적으로 목에 과도한 긴장이 들어가고 발성을 위한 호흡 조절이 잘 안 된다.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너무 낮은 음이 나오며, 쉽게 피로해지고 목에 통증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러한 질환은 현재 음성 치료와 음성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회복할 수 있다. 청소년의 후두와 성대는 잘못된 발성으로 쉽게 장애를 입지만, 올바른 발성 패턴의 교육과 훈련은 더 좋은 목소리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기고자 : 예송이비인후과 김형태 원장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형태원장의 목소리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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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전문의 / 의학박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학교실 부교수
현 예송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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