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에 걸리면 무조건 유방을 몽땅 잘라내야 하나요?

양정현 의료원장, 유방과 사랑에 빠진 남자

건국대병원 유방암센터장/양정현 의료원장

유방암 환자들은 진단을 받으면 맨 먼저 다른 암환자와 마찬가지로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그리고 유방을 전부 잘라내야 한다는 공포감이 밀려오고 그 다음 항암치료로 인한 탈모, 구토 등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유방암 전문의사의 입장에서는 모두 이해가 가는 심리작용들이다.

유방암의 치료 중 수술이 가능하다면 서둘러 수술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유방은 신체 외부에 존재하는 장기이므로 대장암, 자궁암 등 신체 내부 장기에서 생기는 암과 달리 수술 상처가 몸 밖으로 보인다. 유방암 환자라는 것을 진단서 없이도 타인이 바로 눈치채기 쉽고 브래지어나 옷을 입을 때 불편이 따르기 마련이다.

요즈음엔 수술 방법이 과거와 달라져 환자의 50~60% 정도는 유방을 모두 절제하지 않고 암이 있는 유방 일부만 절제하는 유방보존술이 시행되고 있다. 과거에는 유방암에 걸리면 무조건 유방을 몽땅 잘라내고, 그것도 모자라 흉근을 모두 제거하거나 겨드랑이 림프절까지 제거해 정말 흉측한 상처가 가슴에 남는 근치유방절제술을 했었다.

원래 유방 절제는 중세기 마녀사냥 시대에 마녀로 몰린 여성 죄수를 고문하는 방법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후 19세기말에 의학적으로 유방암 치료를 위한 수술로 확립되어 거의 100년 동안 자리잡아 왔다.

중간에 가슴의 갈비를 잘라내 흉곽 속의 림프절과 쇄골 상부의 림프절을 절제하는 ‘확대 근치 유방 절제술’이 시도된 적이 있었지만, 유방암 재발을 완전하게 막을 수는 없어서 더 이상 존속하지 못하였다. 또 흉한 모습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기 위해 가슴의 근육을 보존하는 ‘변형 근치 유방 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했다.

그 뒤에는 흉한 상처를 남기는 수술에도 불구하고 유방암이 재발하고 림프액의 순환장애가 생기는 수술 후유증이 남는다는 사실에 실망, 유방암만을 제거해 유방을 보존하는 수술 방식이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결국 유방암 치료 의사들은 유방암이 국소적인 치료만으로는 해결되지 않고 암 발생시기부터 전신 질환으로 이해하고 치료해야 극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유방암은 국소적인 치료, 즉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보다 항암제나 호르몬치료 같은 전신을 치료하는 방법을 써야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 것이다.

국소 치료인 수술의 범위가 생존율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수술로는 유방암이 발생한 부위만 부분적으로 절제하고 방사선을 쪼이며, 전신 치료인 항암치료를 하면 효과적인 유방암 치료가 된다는 주장이 많은 지지를 받게 되었다. 물론 이런 경우는 조기 유방암일 때라는 단서가 붙는다.

만일 유방암이 커서 부분 절제로 충분한 절제가 이뤄지지 않고 림프절의 전이가 심할 때는 유방을 몽땅 절제하고 겨드랑이 림프절을 확실하게 청소해내면서 가슴 앞 흉근은 보존하는 변형근치유방절제술을 할 수 밖에 없다.

최근 유방암에 관심이 높아지고 진단 기술이 발달하면서 조기 유방암의 발견률이 높아진 덕분에 부분 유방절제술, 즉, 유방 보존술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유방보존술은 유방을 일부만 제거하기 때문에 남아있는 유방에서 국소재발이 일어나므로 대부분의 경우 국소재발을 막기 위하여 보조적으로 방사선 치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방사선 치료를 할 수 없는 환자(임신한 유방암 환자 등)나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이 심한 교원성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별 수 없이 유방전절제술을 택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유방암의 크기가 너무 커서 도저히 보존술을 할 수 없는 경우에 수술 전에 먼저 항암치료를 하여 크기를 줄여 부분절제를 하는 방법도 시도 할 수 있다. 모든 유방암이 원하는 바대로 항암요법으로 크기가 줄어들진 않지만, 궁즉통(窮卽通)이라는 말이 있듯이 원하면 얻어질 수도 있는 섭리가 유방암의 치료에도 존재한다.
 
최근에는 유방암 수술에서 보존술이 약간 줄고 전절제술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는 유방 MRI가 수술 전 진단에 많이 이용되면서 과거에 유방 촬영이나 초음파로 발견하기 어려운 작은 유방암이 쉽게 발견되는 까닭이다. 즉, 주된 유방암 종괴 외에 새끼 혹들이 발견되어 부분절제술을 적용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도 하고, 어떤 때는 가짜 혹이 발견되어 속아서 유방전절제를 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결국 유방암 수술은 마치 시계추가 왔다 갔다 하듯이 부분절제와 전절제술 사이를 시대에 따라 왕복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유방암의 완전정복의 날이 올 때까지 말이다.

/기고자 : 건국대병원 유방암센터장 양정현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양정현 의료원장, 유방과 사랑에 빠진 남자

여성을 위협하는 유방암과 유방질환에 얽힌 사례 중심의 건강정보를 제공합니다.

학력
서울대학교 의학박사
서울대학교의과대학 졸업

경력
현) 건국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현) 건국대학교병원 유방암센터장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
삼성서울병원 외과학교실 주임교수 겸 외과과장
삼성서울병원 진료부원장
삼성서울병원 암센터장

학회
한국유방암학회장 역임
대한내분비외과학회장 역임
대한감시림프절연구회장 역임
한국림프부종학회장 역임
국 외과학술원 회원
미국종양학회 정회원
미국유방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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