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시한부 4개월, 완치 5년차

황대용 교수의 튼튼대장습관!

건국대학교병원 대장암센터장/황대용 교수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 7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부인이 외래로 나를 찾아왔다. 사연인즉 당시 40대 후반인 딸이 미국에서 두 달 전 대장암 진단으로 응급수술을 받았는데 추가 치료가 필요할 것 같아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보내온 문서들을 살펴보니 에스결장암이 있는 부위에 구멍(천공)이 생겨 대장암 절제 수술을 응급으로 받았다고 적혀 있었다.

수술 조직검사 결과지에 따르면 대장암의 크기는 7cm였고 암이 대장의 벽까지 모두 침범하였으며, 림프절은 모두 21개를 제거하였는데 이 중 2개에서 대장암 전이 소견을 보인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더불어 미국에서 촬영해서 가지고 온 CT 사진이 있었는데 수술 직전 촬영한 복부 CT에서는 간의 두 군데에 전이 소견이 보였고, 두 달 후 다시 촬영한 사진에서는 이들 모두 조금씩 자라 그중 큰 것은 크기가 약 2cm 정도 되었다.

환자의 모친은 딸이 귀국하기 전까지 그 동안의 치료 경과에 대한 모든 자료를 받아 국내 여러 전문의료진을 만나 향후 치료에 대해 상의하였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항암제를 포함한 약물투여를 권하였으며, 그렇더라도 미래를 전혀 보장할 수 없다고 얘기하였다고 한다.

수술 조직검사 결과지를 살펴보다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는데 그것은 절제한 대장의 한쪽 면에 암 세포가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수술 받은 대장 부위에 남아있는 암 세포와 대장암 간 전이가 문제였다. 현재 상태와 향후 치료에 대해 환자의 모친에게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자세히 설명하였더니 대장암은 수술이 가장 확실한 치료방법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내게 적극적인 치료를 부탁하였다.

환자는 곧바로 귀국하였고 간의 MRI를 포함한 여러 검사들을 시행하였다. 검사 결과 이미 알고 있던 두 군데의 간 전이를 포함하여, 그것보다 크기는 좀 더 작으나 6개의 전이가 추가로 의심되어 총 8개의 간 전이가 발견되었다. 또한, 수술 받은 부위 근처의 림프절도 부어있어 이 역시 대장암이 있는 림프절로 의심되었으며 대동맥 근처의 림프절도 비록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암 전이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환자는 검사 결과를 듣고 무척 실망하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간 전이 개수가 생각보다 많았고 수술 받은 부위에도 암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우선 암 세포가 남아 있을 수 있는 대장 부위를 좀 더 제거하고 동시에 간 전이에 대한 부분도 같이 수술하기로 결정하였다.

수술을 통해 미국에서 수술 받은 대장부위에서 일부를 더 절제하였고 근처 림프절도 좀 더 제거하였다. 수술 중 간에 직접 초음파를 대고 검사해 보니 실제 전이 개수는 우리가 수술 전에 예측하였던 8개가 아닌 6개(좌측 2개, 우측 4개)로 확인되었다.

결국, 제거가 용이한 위치에 있는 우측 2개는 수술로 제거하였다. 그리고 나머지 4개는 크기가 작고 수술로 제거하기에는 간에 깊은 곳에 위치하여, 초음파를 보며 고주파 열 치료(RFA-radiofrequency ablation) 기구를 이용하여 간 전이를 하나씩 태워 제거하는 치료를 시행하였다.

수술로 떼어낸 조직검사 결과, 대장에서는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림프절에서는 한 개에서 암 세포 전이가 남아있었으며 간 역시 전이성 대장암으로 확인되었다.이후 환자는 큰 수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합병증 없이 회복하였다.

수술 이후 약물치료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상의하였다. 비록 간 전이가 있었다 해도 암 세포가 모두 다 제거된 것이 확실한 경우 약물치료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 환자의 경우 크기는 작고 확실하지는 않지만, 대동맥 주위 림프절에 암 전이가 의심되는 상황이었으므로 약물치료를 추가로 시행하기로 결정하였다.

이후 환자는 약 8개월 정도 지속적으로 항암제와 표적치료제를 투여 받았다. 약물 투여 중 받은 검사에서는 대동맥 근처 림프절 들이 계속 같은 크기로 작게 보이는 것 외에 간 전이 재발 등의 이상소견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어느덧 세월이 꽤 흘러 다시 수술 받은 지 5년째가 되던 해, 환자는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들으러 외래를 방문하였다.

이미 5년이란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검사 결과를 들으러 올 때는, 여느 환자들처럼 항상 겁이 난다고 하였다. 물론 이번에도 이상은 없었다.실제로는 무척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인, 50대 중반이 다 된 환자는 이번 검사 결과를 듣고 나더니 씩 웃으면서 큰 소리로 한마디 내게 툭 던지며 외래진료실을 나섰다.

“이제 와서 얘긴데요, 5년 전에 친구 형부인 유명한 어느 대학병원 의사선생님이 저보고 4개월 밖에 못 산다고 했었거든요, 근데 어느덧 벌써 5년이 다 되었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만약 5년 전 이 환자에게 처음부터 항암을 포함한 약물치료만을 권했더라면 과연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을까?

이 환자의 경우처럼 대장암은 수술을 포함한 적극적인 치료가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른 암 치료와 구별된다. 대장암을 치료하는 의사, 특히 외과의사의 길을 택한 것은 숙명이었으나 그 만큼 보람 있는 일이란 생각에 그 동안 나와 우리 팀을 믿고 힘든 치료들을 잘 따라와 준 환자와 모친에게 감사하다.

/기고자 : 건국대학교병원 외과 황대용 교수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황대용 교수의 튼튼대장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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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및 동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건국대학교병원 의학전문대학원 외과학교실 교수
건국대학교병원 대장암센터장
건국대학교병원 외과과장, 대장항문외과 분과장
건국대학교병원 암센터장
대한대장항문학회 편집위원회 위원장, 대학외과학회 편집위원회위원
전 서울아산병원 외과 임상강사
전 원자력병원 외과과장, 대장암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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