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냄새의 달인?

황대용 교수의 튼튼대장습관!

건국대학교병원 대장암센터장/황대용 교수

지금으로부터 약 20년전 직장암 수술을 받았던 부산에 거주하던 60대 후반의 여자 환자가 외래로 찾아왔다.

약 10년 전까지 계속 추적진료를 받다가 그 이후 연락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만나게 되니 오랫 동안 못 보고 지내던 가족을 다시 만난 것만큼이나 무척 반가 왔다.

이 환자의 경우 수술 당시 직장암이었으나 항문을 보존하는 수술을 받았었다.

하지만 당시 직장암과 그 주위에서 떼어낸 많은 수의 림프절에서 암세포 전이가 보여 3기에서도 가장 진행된 병기인 3기c (3기는 진행 정도에 따라 a, b, c로 나뉘고 c가 가장 진행된 상태이다)를 보였다.

환자는 직장암 수술 이후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치료를 받고 계속 추적진료를 받다가 10년 뒤 완치판정을 받고 더 이상 추적 진료 없이 지내던 중이었다.

실제로 직장암 수술 직후 나온 결과가 병이 너무 깊어서 혹시 금방 다시 재발을 하지 않을까 하여 환자 및 남편과 같이 오랜 기간 같이 고민을 많이 하였던 경우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이후 완치가 되어 오랫동안 보지 못하고 지내다가 이번에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이번 방문은 실제 환자 당사자의 문제 때문이 아닌 자신의 병으로 인해 혹시 있을지도 모를 자식들의 대장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 찾은 것이었다.

이 환자가 특히 기억에 남는 이유는 남편 때문이기도 하다. 환자의 직장암 치료 당시 누가 보아도 이 세상 어느 남편이 그럴까 싶을 정도로 간호에 지극 정성을 쏟았기 때문이다.

당시 환자의 치료 과정 중에 조금만 의문이 있어도 항상 구수한 사투리로 필자를 부르며 질문을 하던 그 낮은 저음의 느린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을 정도로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분이었다.

직장암에 대한 모든 치료가 완료되었을 당시, 남편은 향후 부인 치료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부산에 있는 집을 처분하고 남해안의 작은 도시에 황토 집을 짓는 것에 대해 문의를 하였던 기억이 난다.

이토록 환자인 부인에게 지극정성이던 남편은 부인이 치료를 다 마치고 난 약 4-5년 후 자신이 목소리가 좀 변한 것 같다고 다시 찾아오게 되었다. 그때 위 내시경 검사를 해 보았더니 놀랍게도 남편의 몸에서 진행된 위암이 발견되었다.

다른 장기로의 전이여부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고 위암 전문 동료에게 수술을 부탁하여 위를 전부 들어내는 대수술을 시행하였다.

그런데 수술 후 결과가 부인보다 더 진행된 심각한 상태의 위암으로 판명이 되었다. 수술 후 항암제 치료 등 모든 할 수 있는 치료를 다 시행하였으나 남편은 수술 후 2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끝내 우리 곁을 떠나가고 말았다.

이와 같이 배우자의 병을 간호하던 배우자가 후에 더 심한 병이 발견된 경우들이 종종 있어서 간병하는 배우자의 건강도 챙겨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던 적이 있다.

외래진료를 할 때 대장암 환자에게 반드시 수행하는 진찰 중 하나가 직장에 손을 넣어 진찰하는 직장수지검사가 있다.

이것은 어찌 보면 무척 간단한 검사이기는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대장암 환자로부터 제공받게 된다.

즉 대장암 중에서도 약 40-50%정도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직장암은 항문에서 약 15cm 이내에 종양이 위치하게 되는데, 이러한 간단한 직장수지검사 하나만으로도 대장암을 발견할 확률은 거의 절반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직장암 환자에서 직장수지검사를 통해서 직장암을 발견하고 얻는 정보들은 무척 많다.

그 중에는 직장암의 위치, 크기, 유동성, 모양, 굳기, 뻗어나간 모양, 혹 주위 림프절의 촉진, 복막파종의 존재 여부, 여성의 경우 자궁, 난소 등과 감별하고, 또한 항문으로부터의 거리 및 괄약근 등 항문기능의 평가 등 다양한 정보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환자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수술 후 항문보존여부 등을 직접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이 외에 부수적으로 얻는 정보 중 하나가 바로 검사자의 손에 묻어 나오는 환자의 대변의 성질과 그 냄새이다.

조선시대에 궁중의 어의들은 임금의 변에 대해 관찰하여 임금의 건강을 수시로 체크하였다는 기록도 있듯이, 건강한 변과 건강하지 않은 변은 애초에 냄새부터가 다르다.

워낙 많은 환자들의 직장수지검사를 일일이 하다 보니 이제는 변의 냄새와 내용물만 보고도 건강한 변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감별할 정도가 되었다.

우스갯소리로 소위 ‘대변 감정의 달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실제로 배우자의 병을 찾아내는 달인은 바로 상대 배우자인 경우가 꽤 있음을 여러 번 목격하였다.

대장암으로 치료를 받았던 어느 환자의 부인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남편의 방귀냄새가 어느 날부터 인가 너무 고약해져서 (방귀냄새 자체가 좋을 리는 없겠다. 하지만 부인 표현에 의하면 남편의 방귀냄새가 예전과 달리 유독 시궁창에서 무엇인가 썩는 냄새가 섞여 나는 것 같다고 표현하였다)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하는 남편을 억지로 데리고 와서 대장암을 발견한 경우이었다.

이 경우 고약한 냄새의 원인은 대장암이 대장 점막에서 계속 자라면서 가운데 부분의 혈액공급 이 줄어들어 허물어지고 패여서 궤양이 생기고 이것이 괴사, 즉 썩으면서 이 부위에서 발생한 방귀냄새이었던 것이다.

결국 오랫동안 같이 생활하던 달인의 코를 가진 부인이 남편의 방귀 냄새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수상히 여겨 남편의 대장암을 발견한 경우이었다.

대장암은 아니지만 또 다른 경우는 남편과 같이 자다가 숨 냄새가 여느 때와 달리 썩은 시궁창 냄새 같은 역한 냄새의 숨을 내쉬는 것을 부인이 맡고 바로 병원에 데려와 발견한 위암의 경우도 있었다.

신기한 것은 배우자의 숨 냄새나 방귀냄새에 관심을 가지고 병을 발견한 쪽은 늘 부인 쪽이지 남편 쪽에서 발견한 경우는 아직 경험한 적이 없다. 남편들은 아내보다 배우자에게 좀 덜 민감한 것인지 아니면 관심이 덜한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의 경우도 예민한 후각이나 관찰만으로도 배우자의 병을 발견할 수 있는 달인이 충분히 될 수 있다.

세상의 부부들이여, 소중한 여러분 배우자의 숨 냄새나 방귀냄새에 한번쯤 관심을 기울여보기 바란다.

/기고자 : 건국대학교병원 외과 황대용 교수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황대용 교수의 튼튼대장습관!

우리나라 암 발생률 1위 대장암, 대장암에 관한 상식 및 사례 중심의 건강정보를 제공합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및 동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건국대학교병원 의학전문대학원 외과학교실 교수
건국대학교병원 대장암센터장
건국대학교병원 외과과장, 대장항문외과 분과장
건국대학교병원 암센터장
대한대장항문학회 편집위원회 위원장, 대학외과학회 편집위원회위원
전 서울아산병원 외과 임상강사
전 원자력병원 외과과장, 대장암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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