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젊은 미국 목회자와의 추억

황대용 교수의 튼튼대장습관!

건국대학교병원 대장암센터장/황대용 교수

2011년 5월 주말에 집에서 우연히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화 속의 목소리는 비교적 젊은 남자로 지금 미국에서 전화를 걸었다며, 내가 대장암 치료를 하였던 환자의 소개로 내 전화번호를 알게 되어서 직접 전화를 걸었다고 하였다.

사연인즉, 당시 전화 받을 시점으로부터 약 1년 전인 2010년 6월 미국 뉴욕 시 맨하튼 인근의 퀸즈의 한 병원에서 직장암의 골반 림프절 전이 및 (전신 림프절 전이의 일환인) 후복막 림프절 전이로 진단받고 그 해 8월 초까지 약 6주 간의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치료를 받았으며, 처음 진단받고 3개월 뒤인 2010년 9월 직장암 절제술 및 일시적인 장루(인공항문) 조성술 (회장루 조성술)을 받았다고 하였다.

본인이 들은 바에 따르면 수술 당시 간에 전이가 2개 발견되었으나 이 부분은 건드리지 않고 그냥 놔두었다고 들었다고 하였다. 또한 수술로 제거된 직장암의 조직검사 결과 직장 주위 림프절은 두 개에서 암 전이가 발견되었다고 들었다 하였다.

그러나 수술 직후 발생한 심각한 복부 내 농양-복부 내에 고름이 잡힌 상태-으로 곧바로 다시 응급수술을 받았는데, 고름으로 인해 복벽을 완전히 닫지 못하고 복막만 닫고 나머지 복부 수술 부위는 열어둔 채로 몇 달간을 벌건 새살이 차오르기를 기다린 상태로, 추후 항암치료는 받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결국 몇 달을 그 상태로 지내다가 수술 후 5개월 뒤인 2011년 2월 검사에서 폐 전이가 발견되고 다른 림프절 전이들도 커지는 것을 알았지만, 복부 상처 때문에 더 이상의 치료를 하지 못하는 상태로 지내다가 한국에 있는 내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환자 본인은 30대 후반의 젊은 목회자로 몇 년 전부터 뉴욕으로 건너가 목회를 하고 있다고 하였다. 당시 나와 국제통화로 약 1시간 정도 통화를 한 뒤 본인은 추후 치료를 위해 미국의 목회를 접고 귀국하겠다고 하였다.

결국 2011년 5월 말, 대장암센터 외래에서 나는 귀국한 당사자를 처음으로 직접 대면할 수 있었다.  처음 본 그 환자의 얼굴은 정말 앳되면서도, 매우 맑은 영혼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복부의 세로로 길게 되어 있는 큰 수술 상처는 새살이 차오르기를 기다린 상태로, 상처 자체의 폭이 약 7cm 이상 되는, 마치 피부가 없는 상태로 노출된 속살이 보이는 형태이었다.  게다가 이런 방식의 상처 치료로 인해 복부에 내어 놓은 상처가 탈장 상태로 있어서, 상처 부위에 근육 막이 없기 때문에 환자가 일어서면 배가 매우 불룩하게 튀어 나오는 상태이었다. 내가 외래에서 항문진찰을 해 보니, 직장을 조금 들어가서 바로 수술 부위의 좁아진 부분이 만져지고, 분비물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 환자는 이 때문에 항문에 항상 패드를 대고 있다고 하였다.

CT 등 영상검사를 해보니 전화로 들은 바와 같이 직장암의 간, 폐 및 전신 림프절 전이가 다발성으로 발견되었다.  환자는 일단 식사도 잘 하고 근력도 있으며, 활동력이 좋아서 상의를 한 뒤 항암제 치료를 바로 시작하기로 하였다. 다행히 약제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약 치료를 하면 할수록 대부분의 암 전이들의 크기가 작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항암제 투여 후, 여전히 수술은 불가능하나 암 전이의 크기가 더 이상은 줄어들지 않는 안정상태를 유지하게 되었다. 항암제 치료를 시작한지 1년 뒤 환자는 변이 묽은 상태로만 흘러나와 관리가 불편한 회장루(소장으로 만드는 장루)를 집어넣어 예전처럼 항문으로 변을 보던지, 만약 이것이 안 된다면 굳은 변이 나오는 결장루 (대장으로 만드는 장루)로 회장루를 대체하는 수술을 원하였다.  이와 동시에 복부 수술상처부위 탈장도 교정을 받고 싶어 하였다.

지금까지 사용한 항암제가 그 동안 어느 정도 전이 암의 안정상태를 만들어주어서 우리는 조금 더 항암제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논을 하였으나, 환자의 보기 흉한 상처문제 등 여러 가지가 일반적인 대장암 치료의 경우와 달리 복잡하여 우리 역시 수술을 하는데 동의하게 되었다.

수술 전 검사에서 직장의 연결부위가 좁아진 상태로 아직도 일부는 복강 내로 연결된 공간에 새 살이 차지 않은 상태로 있는 것이 확인되어, 일단 수술을 하여 배 안의 상태를 보고 나서 그 때 어떤 수술을 할지를 결정하기로 하였다.

실제 수술을 해 보니 직장연결 부위에서 배 안으로 연결되어 있는 조직에 염증이 너무 심하고 돌처럼 단단히 굳어 있어 조직을 쉽게 박리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우리는 회장루를 복부 내로 넣어 주고 대신 결장루를 만들었다. 그리고 매우 큰 복부 수술상처 탈장 역시 동시에 교정수술을 시행하였다.

환자는 그 이후 수술에서 잘 회복하여 식사도 잘 하게 되었다. 그러나 약 3개월 뒤 검사에서 다시 간과 폐의 전이가 커지기 시작하여 다른 항암제를 다시 사용하였으나, 약의 효과 없이 점점 암 전이의 크기가 커져만 갔다. 결국 5개월 뒤에 복통으로 다시 입원하여 약 40여 일간 우리와 같이 지내다가 결국 환자는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다.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도 처음 만났던 때와 같이 그 얼굴에 평온함이 느껴지는 것은 목회자라 그런 것일까? 마지막 상황에서 조차도 사모님과 부모님 등 가족들 역시 마지막까지 모두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내게는 무척 존경스러워 보였다.

환자의 상을 다 치르고 난 며칠 뒤 사모님으로부터 내 전화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문자가 수신되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모든 일들을 잘 마치고 목사님도 잘 모셨습니다. 보여주신 사랑을 저도 조금이나마 갚으며 살수 있도록, 또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주님의 사랑이 가득하시길.”

병원에 입원할 때마다 항상 침상에서 간절히 무언가를 위해 기도하던 그 분의 빛나던 모습과 해맑던 얼굴이 아직도 우리 눈에 선하다.

/기고자 : 건국대학교병원 외과 황대용 교수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황대용 교수의 튼튼대장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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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및 동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건국대학교병원 의학전문대학원 외과학교실 교수
건국대학교병원 대장암센터장
건국대학교병원 외과과장, 대장항문외과 분과장
건국대학교병원 암센터장
대한대장항문학회 편집위원회 위원장, 대학외과학회 편집위원회위원
전 서울아산병원 외과 임상강사
전 원자력병원 외과과장, 대장암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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