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러시아 환자의 치료 경험

황대용 교수의 튼튼대장습관!

건국대학교병원 대장암센터장/황대용 교수

요즘 우리 병원에 치료를 위해 입원한 환자들 중에는 서양인 모습의 이방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 실제 이들 중 대부분은 러시아에서 치료를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사람들이다.

최근에 대장암 수술 후 3년 만에 필자의 외래를 다시 방문한 50대 중반의 러시아 여자 환자가 있다. 환자는 3년 전에 대장암으로 장이 막혀서 러시아에서 응급으로 장을 끄집어내는 수술-장루수술-만 받고 필자에게 진료를 받고자 찾아왔었다. 그런데 문제는 검사를 해보니 간에 몇 군데 대장암 전이도 보이는 대장암 4기의 상태이었다.

당시 한번 수술에 대장암을 제거하고 동시에 장루도 배 안으로 넣어주고, 더불어 간 전이에 대한 치료도 같이 시행할 계획을 세워 환자에게 이러한 치료에 대한 동의를 먼저 구하였다. 수술은 필자가 대장암을 제거하고 장루복원 수술을 시행한 뒤, 간 전이의 경우 일부는 간 수술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외과동료의 손을 빌어 제거하였고, 일부 간 전이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수술 중에 초음파를 간에 대고 보면서 간 전이에 대해 시행하는 고주파 열치료(RFA-radiofrequency ablation)를 동시에 시행하였다.

환자는 수술 후 장루를 다시 배 안에 넣은 것에 대단히 행복해 했으며, 특히 피부 상처부위를 예쁘게 잘 봉합해준 것-당시에 우리가 의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에 대단히 만족하였다. 그 이후 환자는 정해진 횟수만큼은 아니지만 항암제 주사 치료를 몇 차례 받은 뒤 비자문제로 러시아로 귀국하게 되었다.

당시에 필자의 걱정은 비록 간 전이를 수술로 잘 치료하기는 하였지만, 환자의 비자 등 여러 문제들로 인해 투여해야 할 항암제를 충분히 투여할 수 없었던 점과 치료 후 추적진료를 우리가 할 수 없다는 점 등이 마음에 걸렸다. 따라서 필자는 러시아에 돌아가서 본인이 받아야 할 진찰 및 검사에 대한 내용과 러시아 의료진에게 보여주어야 할 우리가 해 준 치료에 대한 자료를 준비해 주었다. 그 이후 환자는 부정기적으로 일년에 한두 번씩 내게 와서 체크를 받고 돌아갔고 마지막으로 일년 전에 다녀간 뒤로는 통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 마침 수술 후 3년이 넘은 최근 다시 대장암 치료에 대한 확인을 위해 필자를 방문한 것이다. 다행히 이번 진찰과 검사결과 역시 대장암 전이나 재발은 보이지 않았다. 결과를 듣고 나서 환자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외래에서 필자를 부둥켜안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만족한 표정으로 러시아로 이번 검사 자료들을 가지고 돌아갔다.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은 이 환자의 경우 영어나 우리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상태로, 수술 당시에도 혈혈단신 우리나라에 대장암 치료를 받으러 왔었다는 점이다. 생면부지의 타국에서 보호자 한 사람 없이,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단지 통역을 대신 해 주는 러시아 교환학생-나중에 알고 보니 이 교환학생이 필자에게 대장암 치료 받을 것을 환자에 추천하였다 한다-에게 의지하여 치료를 받았다는 점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러시아는 미국과 군사적으로 거의 대등한 수준에 있는 현존하는 세계 초 강대국 중 하나이다. 실제로 미국보다 우주선도 먼저 쏘아 올렸고 가공할 핵 무기를 미국과 유사한 정도로 보유하고 있는 우주개발 및 핵 군사강국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얼마 전 성공적으로 발사된 나로호를 위해 러시아 우주개발 기술력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의학적으로는 현재 장의 연결에 사용하는 수술 기구의 개발 역시 대부분 러시아에서 시작된 것들이었다. 다만 이 기구들의 후속 개발과 판매는 지금 미국과 글로벌 회사들로 옮겨가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렇듯 러시아는 여러 면에서 우리와 비교가 될 수 없는 앞선 분야들이 너무 많은 초 강대국인데, 아직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왜 그 곳 환자들이 우리에게 와서 치료를 받으려고 하는 것일까?

심지어 이 환자의 경우 퇴원할 때 항암제 주사약을 우리 병원에서 사가지고 가서 본국에서 맞을 수 없겠느냐고 묻기까지 하였다. 그 이유를 통역을 통해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수술실력에 대한 조국의료진에 대한 신임은 제쳐 놓고라도, 본인이 투여 받는 약의 진위성에 대한 불신감이 어느 정도 팽배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기에는 나름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아무튼 국민들이 본인 조국의 의료질을 믿을 수 없게 하는 여러 요소들이 결국 다른 나라로 까지 진료를 받으러 떠나게 만드는 요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필자는 여러 명의 러시아 대장암 환자들의 치료를 경험하였다. 그 중 기억에 남는 환자들은 이미 위에서 언급한 50대 중반의 여성환자를 비롯하여, 명치부터 배꼽까지 어린아이 머리만큼 무척 큰 대장암이 있었는데 다행히 혹의 움직임-유동성-이 있었던 환자로, 비록 수술은 힘들었지만 종양이 충분히 잘 제거된 40대 남성, 러시아에서 이미 재발 판정을 받고 재발로 인해 장이 막혀서 장루수술을 필자에게 받은 뒤 항암제 치료를 여러 번 받고 안정상태로 귀국한, IT 전공의 우리나라 김을 과자처럼 병실에서 즐겨 먹던 30대 후반의 남성, 러시아에서 조기 직장암 절제 수술 후 발생한 합병증으로 고위 직장루-항문 주위 피부와 직장의 상부가 길게 통로로 연결된 경우-가 생겨 앉기도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하게 되어 필자를 찾아와 장루수술을 받은 뒤 항문통증이 사라져서 편하게 앉을 수 있게 된 60대 남성, 우리 병원 건강검진에서 3기인 우측대장암이 발견되어, 영어를 할 줄 아는 딸이 병원비를 최대한 절약하기 위해 대장암 수술 후 가스 나오고 미음 먹자마자 4일만에 병원 근처 호텔로 퇴원시킨 60대 여성, 그리고 최근 항문에 가까운 직장암과 결장암이 동시에 있어서 치료법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현재 치료 대기 중인 50대 남성 등 여러 명이 필자의 기억을 스쳐 지나간다.

이들 중 대부분은 다행스럽게도 말이 아닌 글을 통한 영어 소통이 가능하여 치료 후 귀국한 뒤에도 필자와 이메일을 통하여 현재의 상태에 대한 자문을 서로 주고 받고 있다.

이들을 치료하면서 필자가 새삼 느끼는 점은, 비록 언어는 서로 달라 말이 잘 통하지 않지만, 환자가 느끼는 불안한 감정은 우리나라 환자와 별반 다름없이 모두 다 같다는 것이다. 또한 수술 후 좋은 치료 결과에는 우리와 같이 웃고 행복해하는 것도 그렇고, 대장암이 재발한 환자는 우리 환자들이 고민하는 것과 유사한 패턴의 여러 고민들을 토로하는 것을 보면 인간의 감정은, 특히 아플 때 민족에 관계없이 모두 다 동일하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도 그들의 마음을 좀 더 잘 헤아리기 위해 이젠 러시아어를 배워야 할 것 같다.


/기고자 : 건국대학교병원 외과 황대용 교수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황대용 교수의 튼튼대장습관!

우리나라 암 발생률 1위 대장암, 대장암에 관한 상식 및 사례 중심의 건강정보를 제공합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및 동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건국대학교병원 의학전문대학원 외과학교실 교수
건국대학교병원 대장암센터장
건국대학교병원 외과과장, 대장항문외과 분과장
건국대학교병원 암센터장
대한대장항문학회 편집위원회 위원장, 대학외과학회 편집위원회위원
전 서울아산병원 외과 임상강사
전 원자력병원 외과과장, 대장암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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