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소화기병, 점점 서구화된다

민영일 박사의 위.간.장 이야기

비에비스 나무병원/민영일 박사

한국인의 소화기 질환 양상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비만인구가 늘어나면서 서양에서나 흔하던 소화기 질환들의 발생률이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역류성 식도염은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증가한 대표적인 질환이다. 2007년 제6회 한중일 국제 헬리코박터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시경 검사 결과 역류성 식도염 유병률이 1996년 3.5%에서 2006년에는 7.9%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역류성 식도염이 큰 폭으로 증가한 원인은 고지방식과 비만 등 서구화된 식습관 때문이다. 동물성 지방이 가득한 고지방식은 식도와 위 사이의 괄약근을 느슨하게 만들 뿐 아니라, 위산 분비를 촉진하고, 또한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역류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 복부 비만이 생긴 경우에도 복부 지방이 복압을 높여 위 속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이렇게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는 현상이 지속되면 역류성 식도염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 위산이 식도를 지나 기도까지 넘어가면 만성 기침이 생기거나 후두염, 천식 등이 유발되기도 한다. 한편, 식도가 오랜 시간 위산에 노출되면 식도와 위 경계부위에서 식도조직이 위조직처럼 변하는 바렛식도가 발생할 수 있다. 바렛식도는 식도암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자칫하면 역류성 식도염이 식도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셈이다.

한국인 암 발병률 중 부동의 1위로 알려져 있는 위암 역시 그 양상이 점점 서구화되고 있다. 국내 한 대학병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89년부터 2001년까지 이 병원에서 수술 받은 위암환자 1,816명을 분석한 결과, 위를 모두 절제하는 위전절제술의 빈도가 1989∼1996년 18%에서 1997∼2001년에는 25%로 증가했다. 위를 모두 절제했다는 것은 암이 위의 하부가 아니라 상부에 발생했다는 의미다. 기존에는 한국인 위암의 60∼75% 정도가 위하부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 연구에 따르면 1997년~2001년에는 52.9%만이 위 하부에 발생한 암으로 나타났다. 위암의 양상이 하부위암보다 상부위암의 발생율이 더 높은 서구형으로 변하고 있는 것. 이렇게 상부위암이 늘고 있는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식생활의 서구화와 비만인구의 증가, 역류성 식도염 등 위식도 역류질환의 증가 등으로 추정되고 있다. 흡연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장암이 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2000년 8,648명이었던 연간 대장암 환자 수는 2007년에 2만558명으로 7년 새 2.4배나 증가했다. 발생 건수로는 2000년 당시 위암-폐암-간암에 이어 4위였으나 2007년에는 위암-갑상선-대장암-폐암 순으로 바뀌면서 2위로 올라섰다. 전문의들은 육류나 기름진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서구식 식생활이 대장암 발병률을 높인다고 지적한다. 육류 위주의 식생활을 하다보면 대변이 장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고, 담즙산 등 독성물질의 분비가 촉진돼 장 점막 세포가 손상을 입는 것이다. 담즙산은 대장 점막에 발암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대장 용종 역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대장 용종이란 대장 점막이 비정상적으로 자라 조그만 혹같이 돌출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용종은 대장상피세포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발생하는데, 유전자 돌연변이는 일반적으로 육류나 기름진 음식의 과도한 섭취가 원인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용종의 70%를 차지하는 '선종'은 대장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 ‘대장암의 씨앗’으로 불리고 있다.


/기고자 : 비에비스 나무병원 민영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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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일 박사의 위.간.장 이야기

'속이 편안해야, 하루가 편안하다!'
국내에 내시경을 도입한 초창기 멤버이자 수면내시경이라는 용어를 만들고 대중화시킨 자타가 공인하는 소화기 분야 최고의 명의, 민영일 박사가 들려주는 소화기 질환 이야기

現 서울대학교 의학박사
現 서울대학교 내과학 석사/박사
現 서울대학교 병원 인턴/레지던트
前 한양대학교 의과대 의학과 교수
前 경희대학교 의과대 의학과 부교수
前 서울아산병원 소화기센터장
前 서울아산병원검진센터 소장
前 동국대학교 소화기센터장
前 건국대학교 소화기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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