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처럼 보이는 변비가 있다?

민영일 박사의 위.간.장 이야기

비에비스 나무병원/민영일 박사

설사는 묽은 변을 보는 것을 말하는데, 정확하게는 배변 횟수가 하루에 4회 이상, 하루에 250g 이상 묽은 변이 있을 때 설사라고 정의한다. 반면, 변비란 일주일에 3회 이하의 변을 보거나, 변을 볼 때 심하게 힘을 주어야 하거나, 지나치게 굳어서 딱딱한 대변을 보는 경우 등을 말한다. 설사와 변비는 그 증상이 명확히 대조되므로, 이 둘을 혼동할 수는 없을 듯 보인다. 하지만 설사처럼 보이는 변비도 있다. 언뜻 들으면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변비가 매우 심한 경우 오히려 겉으로는 설사처럼 보일 수도 있는 현상이 나타난다.

변비가 심한 경우 대변이 너무 굳어있어 밖으로 나오지 않는데도 변의는 심해지고, 자꾸만 화장실에 가서 힘을 주게 되면 창자액이 증가한다. 결국 대변을 보려고 힘을 주면 굳은 대변 사이로 물 같은 점액질 액체가 계속해서 나오게 된다. 이른바 ‘설사처럼 보이는 변비’인 것이다. 특히 변비가 심한 고령 환자는 굳은 대변이 직장에 가득 차있을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변비가 심해지면 ‘설사처럼 보이는 변비’뿐 아니라 다양한 합병증이 올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질환은 치핵(치질)이다. 변비 때문에 변이 딱딱해지면 배변 시 강하게 힘을 주어야 하므로 항문이 항문 밖으로 쉽게 빠질 수 있다. 변을 보다가 항문 점막이 찢어지는 치열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면 심한 통증 때문에 배변을 참는 경우가 많아져 변비가 더욱 악화하기도 한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장폐색이 일어날 수도 있다. 대변이 장관 내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으면 수분이 계속 흡수되어 변이 점점 단단해지고 이어서 장관을 틀어막은 것 같은 상태가 될 수 있는데, 이러면 극심한 복통, 구토를 동반하며 쇼크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또한 만성적으로 변비를 앓는 사람들의 경우, 대장암이 발생하여 암조직 등이 장을 막아 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인데도 변비가 심해졌거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치료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변비 및 변비 합병증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서는 ‘겨우 변비’라는 생각을 버리고,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화장실에 오래 앉아있지 않는 것이다. 화장실에서 신문이나 책을 읽는 습관을 버리고 변을 보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변의가 왔을때 참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만일 대장에서 발생한 신호를 무시하거나 참아 버리면 이후 대장은 적절한 신호를 발생시키기를 망설이게 돼 변비가 생기기 쉽다. 아침 식사를 하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위-결장 반사, 즉 음식물을 섭취한 후 배변을 느끼는 인체의 시스템이 가장 작동하기 쉬운 때는 아침식사 후이므로 아침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식사 후 변의가 느껴진다면 바로 배변을 하도록 한다.

한편, 대변을 적당히 부드럽게 배출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분이 필요하다. 하루 1.5리터~2리터 정도의 물을 마셔주는 것이 좋으며 아침에 물을 한 두잔 마시는 것이 도움 된다. 채소와 과일도 되도록 많이 먹도록 한다. 섬유소는 수분을 많이 흡수하여 변비 예방에 효과적이며 대변이 대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단축해 암 예방에도 좋다.

/기고자 : 비에비스 나무병원 민영일 원장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민영일 박사의 위.간.장 이야기

'속이 편안해야, 하루가 편안하다!'
국내에 내시경을 도입한 초창기 멤버이자 수면내시경이라는 용어를 만들고 대중화시킨 자타가 공인하는 소화기 분야 최고의 명의, 민영일 박사가 들려주는 소화기 질환 이야기

現 서울대학교 의학박사
現 서울대학교 내과학 석사/박사
現 서울대학교 병원 인턴/레지던트
前 한양대학교 의과대 의학과 교수
前 경희대학교 의과대 의학과 부교수
前 서울아산병원 소화기센터장
前 서울아산병원검진센터 소장
前 동국대학교 소화기센터장
前 건국대학교 소화기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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