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나이프로 가슴 찌를 수밖에 없었던 사연

김원곤 교수의 영화와 흉부외과

서울대병원 흉부외과/김원곤 교수

영화 ‘저스트 라이크 헤븐(Just Like Heaven)’은 마크 워터스 감독의 2005년도 작품으로 약간의 멜로를 가미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속하는 영화다(사진 0). 이 영화는 자신의 과거에 대한 기억을 상실한 한 여자 귀신과, 사랑을 잃은 우울한 조형건축가인 한 남자 사이의 애틋한 사랑을 다룬 이야기다. 줄거리의 기본적인 얼개는 2004년도에 상영된 우리나라 영화 ‘귀신이 산다(김상진 감독, 차승원, 장서희 주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엘리자베스(리즈 위더스푼 분)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 종합병원의 젊은 여자 전공의다. 그녀는 병원이 생활의 모든 것일 정도로 일만 아는 사람이다. 그녀는 마침내 그녀의 능력과 성실성을 인정한 과장에게서 스텝 발령을 언질 받는다. 그러나 어느 날 언니의 간곡한 권고로 한 남자를 만나기 위해 차를 몰고 미팅 장소로 가던 중 충돌 사고로 그만 의식을 잃고 만다.   

사고가 일어난 지 3개월 후 엘리자베스가 살던 아파트로 데이빗(마크 러팔로 분)이란 남자가 홀로 세입자로 들어온다. 그는 직업이 조경건축가였는데 얼마 전 아내와 사별하고 그 아픔에서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사 온 첫날 밤 느닷없이 그 집은 이미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이라고 주장하는 한 여자가 나타난다. 그녀는 그에게 막무가내로 자기 집에서 나가달라고 소리친다. 순간 그는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사기를 당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벽을 스윽 통과하거나, 곤하게 자고 있는 침대 옆에 갑자기 나타나서는 온갖 잔소리를 해대는 그녀를 보고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다. 그런 그에게 그녀는 오히려 그가 정신이 이상한 것이라고 몰아 세운다. 

그 여자는 바로 엘리자베스였다. 그녀는 자동차 사고로 몸은 병원에서 혼수상태로 누워있었으나 영혼은 몸에서 이탈하여 귀신이 되어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집을 떠돌고 있었다. 더구나 그녀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완전히 기억을 상실한 상태로 자동차 사고뿐만 아니라 자신이 의사였던 사실조차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그런 그녀로서는 난데없이 자기 소파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남자를 발견하고는 혼비백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정작 그녀가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서 전화를 걸려고 해도 집 전화기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녀는 점점 몸에 일어난 비정상적인 변화들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그리고 데이빗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그녀를 볼 수 없다는 것도 깨닫는다.  

어쨌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데이빗과 엘리자베스의 옥신각신 엉뚱한 동거생활은 시작된다. 데이빗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그녀의 존재를 이해하고, 잃어버린 그녀의 기억을 되찾아 주기 위해 노력한다.
마침내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내었을 때, 병원에 의식 없이 누워 있는 그녀의 육신은 곧 생명연장 장치를 제거당해 사망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알게 된다. 그리고 엘리자베스가 데이빗에게만 보였던 것은 그가 바로 그녀가 사고가 난 저녁 그녀의 첫 만남 대상이었던 인연 때문인 것도 알게 된다. 

데이빗은 친구의 도움을 받아 그녀의 육신을 구하기 위해 병상의 그녀를 병원에서 몰래 탈취해 나가려고 한다. 그러나 중간에서 발각을 당해 체포될 상황에 처한다. 이 때 엘리자베스의 육체와 영혼이 극적인 결합을 하게 되면서 그녀는 의식을 차리면서 완전히 회복된다.

그런데 문제는 회복된 엘리자베스가 이번에는 귀신이었던 시절에 데이빗과의 사이에서 있었던 일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미 그녀를 깊이 사랑하게 된 데이빗으로서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엘리자베스는 문득 그녀의 집을 통해서만 올라갈 수 있는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본다. 귀신이었던 시절에 데이빗에게 예쁜 정원을 만들고 싶다던 바로 그 공간이었다. 그런데 그곳에는 데이비드가 비상 열쇠를 이용하여 이미 몰래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정원이 있었다. 데이빗이 마지막으로 그녀를 위하여 조형건축가로서의 솜씨를 발휘한 작품이었다. 
엘리자베스를 발견한 데이빗은 여전히 자기를 몰라보는 그녀에게 열쇠를 건네주고 떠나려고 한다. 그런데 그녀가 열쇠를 돌려받으려는 순간 그들의 손이 닿으면서 갑자기 그녀의 머리속에서 데이빗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마침내 그들은 뜨겁게 포옹하며 키스를 나누고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 영화에서 흉부외과와 관련된 장면이 나오는 것은 엘리자베스의 과거 기억을 되찾아 주기위해 데이빗이 귀신인 그녀와 함께 연관 장소를 찾아다닐 때에서다.
길을 걷는 도중 엘리자베스는 ‘모제스’라는 이름의 과거에 본 듯한 레스토랑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데이빗에게 좋은 레스토랑으로 평소 한번 와보고는 싶었으나 길에서만 보고 정작 들어와 보지는 못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잠깐 추억만 되새긴 채 입구에서 그냥 돌아가려고 할 찰나에 갑자기 식당 안에서 손님 한사람이 쓰러지는 것을 발견한다.    

급히 달려 간 엘리자베스는 의사였던 시절의 본능이 되살아나면서 ‘긴장성 기흉’이란 병 때문에 생긴 응급상황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급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곧 생명이 위험해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귀신의 몸이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 급히 데이빗에게 자기가 말하는대로 행동에 옮길 것을 부탁한다.     
제대로 된 의료 지식이 있을 리가 없는데다 그런 행위 자체에 무서움을 가지고 있던 데이빗이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속으로는 벌벌 떨리고 있었지만 어쨌든 엘리자베스의 지시대로 먼저 보드카로 가슴을 소독하고 칼로 작은 절개를 하였다. 그런 뒤에 보드카 병에 있던 술 따르는 꼭지(pourer)를 절개창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자 가슴 속에 가득 차있던 공기가 밖으로 빠져 나오면서 창백하게 호흡이 멎어 있던 환자가 일시에 편하게 숨을 쉬는 것이 아닌가. 주위에서는 현장에 마침 의사가 있어 죽을 사람이 살게 되었다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데이빗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엘리자베스의 지시대로 환자를 일단 가까운 병원에 옮기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자, 레스토랑 지배인은 마침 주위에 세인트 매튜스 병원이 있다고 말한다. 그 순간 엘리자베스는 그곳에서 자기가 근무한 적이 있다는 기억을 떠올리고 데이빗과 함께 그 병원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는 그동안 그토록 알고 싶었던 자기의 정체를 그곳에서 찾게 된다.    
우리 몸에서 허파(폐)는 가슴 속에서 흉막강이라는 공간 안에 들어가 있다. 비록 허파 안은 공기로 가득 차 있지만 흉막강 내에는 정상적으로는 공기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어떤 병적 원인에 의해 공기가 흉막강 내로 유입되게 되면 기흉(氣胸)이란 병이 되는 것이다. 
  
긴장성 기흉(tension pneumothorax)은 기흉의 한 형태이지만 일반 기흉과는 달리 흉막강 내에 지나치게 과도한 압력이 축적되어 주위 장기를 심하게 압박하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긴장성 기흉은 발견되는 즉시 적절한 응급조처가 취해지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초 응급상황의 병이다. 

 

이때의 응급조처의 기본은 어떤 기구를 사용해서라도 흉막강을 찔러 과도한 공기 압력을 해소시켜 주는 것이다. 물론 이후의 조처는 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장비가 필요하지만 일단 이런 간단한(?) 조치로도 금방 죽을 것과 같은 환자 상태를 순식간에 반전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런 극적 효과 때문에 긴장성 기흉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각종 의학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되기도 한다. 다만 의학 전문 드라마를 제외한 일반 영화에서는 그 성격상 긴장성 기흉에 관한 에피소드가 등장하는 예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이 영화에서는 앞서 말한데로 데이빗이 엘리자베스를 도와 그녀의 잊어버린 옛 기억을 찾아주기 위해 함께 돌아다니던 중, 모제스라는 한 레스트랑에 들렀을 때 긴장성 기흉에 관한 장면이 연출된다.   
그런데 엘리자베스의 지시를 따라 데이빗이 시행하는 일련의 응급조처 과정은 매우 흥미로운 가운데, 아쉽게도 의학적으로 몇 가지 잘못된 점들이 보이고 있다. 

우선 중요한 잘못은 엘리자베스가 데이빗에게 식당 나이프로 가슴을 찌를 부위를 선정하기 위해 갈비뼈를 만져보라고 지시하는 장면에서 나온다. 영화에서 데이빗이 아래쪽 갈비뼈를 만지자 조금 더 밑의 갈비뼈를 목표로 할 것을 지시한다. 그런데 영화에서 보이는 위치는 매우 아래쪽으로 이 부위를 잘못 찌르면 횡격막의 위치 때문에 가슴이 아니라 복부로 통하기가 쉽다. 

또 기흉은 통상 흉막강 위쪽에서부터 폐를 압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응급 상황의 경우 비교적 위쪽 갈비뼈 사이를 찌르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엘리자베스가 데이빗에게 급하게 긴장성 기흉이란 병에 관해 설명하면서 이 병은 폐에서 공기가 흉막강으로 누출되고 나서 폐 개구부에 있는 판막이 닫히지 않아 생기는 병이라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 이 설명은 긴장성 기흉의 발병 기전에 관한 내용을 읽은 작가가 나름대로 해석을 하여 만든 문장으로 생각된다. 긴장성 기흉은 폐의 공기가 흉막강으로 누출되면서 일종의 ‘일방통행판막(one-way valve)’ 효과로 공기가 계속 흉막강으로 축적되어 생기는 것이지 폐에서 공기가 누출되는 부위에 어떤 구체적인 판막 구조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영화에서 환자가 레스토랑 내를 걷다가 갑자기 쓰러지는 장면도 긴장성 기흉으로 인한 증상 보다는 오히려 심근경색증으로 인한 심정지에서 나타나는  장면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몇 가지 명백한 의학적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일반 영화에서 긴장성 기흉이란 병을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하였다는 점과 칼로 가슴을 천공한 후 보드카로 절개 부위를 소독한 후  병에 있는 술 따르는 꼭지를 이용하여 공기구멍을 유지하는 장면 등은 매우 흥미로운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원곤 교수의 영화와 흉부외과

김원곤 교수의 영화와 흉부외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교수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정회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심장연구소장 역임
서울대학교병원 흉부외과 정맥류 클리닉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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