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는 대장암에 안 걸린다?

사례로 본 항문이야기

한솔병원/이동근 원장

 

채식주의자는 대장암에 안 걸린다?

60대의 점잖은 스님 한 분이 진료실에 들어왔다. 스님은 최근 몇 년간 시원하게 변을 못 봐서 서울의 종합병원으로 검사를 받으러 왔다가 인공항문 수술이 필요한 직장암이라는 진단을 받고는 깜짝 놀라 필자를 찾아왔다고 했다.

“산 좋고 물 좋은 암자에서 채식만 하면서 살았는데 직장암에 걸렸다니 이상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부처님 앞에서 수행하는 사람에게 인공항문을 달고 배로 변을 보라고 하니…”

스님은 직장암이 맞는지, 인공항문을 달아야만 하는지 다시 확인해 달라고 했다. 대장내시경 사진을 보니 항문 바로 위 2cm 지점에 지름 5cm 크기의 암 덩어리가 있었다. 이와 같이 암 조직이 항문과 가까울 때는 암 덩어리와 항문을 통째로 제거하는 ‘복회음 부절제수술’을 해야 재발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인공항문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스님에게 암 조직의 상태와 수술의 필요성을 자세히 설명한 후 새로운 항문이 개발되면 꼭 만들어 주기로 약속하고서야 수술 동의를 받고 직장암 수술을 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 완벽한 인공 괄약근은 개발되지 않았다. 그래서 스님은 지금도 인공항문을 단 채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를 믿고 1년에 한번씩 검사를 받으며 치료도, 수행도 열심히 하고 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식 위주의 식단은 소화가 빨리 되기 때문에 대장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여러 임상결과나 학술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된 사실이다. 그러나 육식을 금하고 채식만 한다고 해서 절대로 암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장암•직장암의 1~2% 정도는 용종에서 암이 되지 않고 처음부터 암으로 태어난다. 일반적인 융기형 용종이 아닌 평탄형이나 함몰형 용종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평소 동물성 식품보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곡류 등 섬유질이 많은 식품을 섭취하고, 물을 많이 마시며, 운동을 꾸준히 해주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장의 연동운동이 좋아져 변비와 용종을 함께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식이섬유 섭취만 믿고 대장 검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스님의 경우처럼 채식주의자에게도 암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확실한 대장암 예방법은 조기에 용종을 발견하고 제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융기형뿐만 아니라 평탄형이나 함몰형 용종까지 놓치지 않고 검사할 수 있는 숙련된 전문의에게 검사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확대 내시경이나 색소 내시경, 협대역 내시경 등을 통해 좀 더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 만큼 최신 의료장비를 갖춘 전문병원을 찾는 방법도 권장할 만하다.

한솔병원 / 이동근 원장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례로 본 항문이야기

부끄럽다는 이유로 쉬쉬하는 치질과 변비. 환자 사례로 알아본다.

- 현 한솔병원 원장
- 의학박사, 대장항문외과 전문의
-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역임
-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 미국 사우스베일로대학 교수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