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한 방으로 완치된 치질

사례로 본 항문이야기

한솔병원/이동근 원장

 

주사 한 방으로 완치된 치질

휠체어를 탄 86세 할머니가 아들, 며느리, 손자와 함께 진료실에 들어왔다. 할머니에게 어디가 불편하시냐고 물으니 “애들이 속옷에 피가 좀 묻은 걸 가지고 호들갑을 떨면서 끌고 왔다”고 대답했다. 진찰을 해보니 대략 30년 정도 된 내치핵 3기의 치질이었다. 그 동안 변을 볼 때마다 탈항이 반복됐는데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아서 직장 점막까지 탈출된 상태였다. 출혈도 심했다. 증상을 설명하자 아들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물었다.

“이렇게 오래된 치질도 수술할 수 있나요?”
“치질은 병을 앓은 기간에 상관없이 수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로한 어르신들은 다른 질병이나 체력 문제로 수술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해야 합니다. 다행히 할머니의 경우는 최근에 개발된 주사요법을 이용하면 수술하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겠습니다.”

설명을 듣는 내내 ‘이대로 살다 죽지 뭐’라며 푸념하던 할머니의 눈이 갑자기 동그랗게 변했다. 수술하지 않아도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이 무척 반가운 눈치였다.

주사를 이용한 치질 치료법은 다른 말로 알타(ALTA)요법이라고도 한다. 주성분인 황산알루미늄칼륨(Aluminium Potassium Sulfate)과 탄닌산(Tannic Acid)의 앞글자를 따서 명명된 것이다.

1979년 중국에서 처음 개발됐으며 이후 중국에서만 10만 건 이상 시술되고 90% 이상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1~2기의 치질 증상인 출혈은 개선되는 반면 3~4기 증상인 탈항에는 별로 효과가 없었다. 또한 합병증 발현율이 20~30%로 높은 편이어서 국내에서는 널리 사용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부터 국내에 도입된 알타요법은 일본에서 개량된 제제를 사용함으로써 기존의 단점을 보완했다. 임상실험을 통해 주사용 배합제의 농도를 최적합한 상태로 개선해 3기 이후의 탈항도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시술 후 합병증 발현율은 17%로 낮아졌으며, 재발률은 2기 이하에서 0%, 3기 이후에서 16% 정도로 개선됐다. 일본에서는 2005년 3월 후생성의 승인을 받은 후 300여 병원에서 시술할 정도로 보편화된 상태다.

알타요법은 4단계에 걸쳐 주사만 맞으면 되므로 환자 입장에서 매우 간편한 시술법이다. 치핵수술은 출혈과 통증 때문에 2~3일간 입원이 필요하고 수술흉터가 치유되는데도 한 달 정도 걸린다. 이에 비해 알타요법은 칼로 절개하지 않아서 통증과 출혈이 적고 곧바로 일상생활도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국소마취 만으로 시술이 가능하므로 기력이 약한 고령자도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가 있다.

그러나 알타요법을 모든 치질에 다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치상선(항문 입구에서 1.5cm 안쪽에 위치한 톱니모양의 조직)을 기준으로 위쪽에 발생하는 내치핵의 치료효과는 좋지만 외치핵이나 치루, 치열 등에는 효과가 적은 편이다. 또 정확한 부위를 찾아 주사하는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하므로 숙련된 전문의에게 시술 받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두통, 발열, 혈압저하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재발률 또한 다른 비수술적 치료법에 비해서는 낮지만 수술 후 재발률(2%)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므로 재발 가능성이 많은 4기 내치핵이나 다른 치질의 경우에는 가능한 한 수술로서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솔병원 / 이동근 원장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례로 본 항문이야기

부끄럽다는 이유로 쉬쉬하는 치질과 변비. 환자 사례로 알아본다.

- 현 한솔병원 원장
- 의학박사, 대장항문외과 전문의
-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역임
-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 미국 사우스베일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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