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의사 말 좀 들읍시다.

임호준기자의 헬스편집실

헬스조선/임호준 대표

비교적 친하게 지내는 선배와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안색이 좋지 않아 물어 봤더니 두 달쯤 전 급성 심근경색이 생겨 죽다 살아났다고 했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경색 부위가 크지 않았고, 곧바로 응급처치(혈전용해제 치료)를 받을 수 있어 천만다행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그 선배와 다시는 함께 식사를 못할 뻔 했습니다.

식사 시간 내내 저는 선배를 ‘야단’쳤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 선배를 만날 때마다 야단을 쳤던 것 같습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300mg/dl에 육박했고, 담배와 술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도 의사가 처방한 약 복용을 마음대로 중단하고 생활습관도 고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콜레스테롤은 소리 없는 살인자입니다. 수치가 300mg/dl에 육박한다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다이너마이트를 안고 사는 것과 같습니다. 저뿐 아니라 의사도 여러 번 경고 했을 텐데 자기 마음대로 약을 끊으니 후배인 제가 야단을 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선배는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싫었다. 의사들은 항상 부풀려서 겁을 주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정말 큰 일 날 뻔했다. 이젠 의사 말 잘 듣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사람이 어디 한 둘 이겠습니까? 정말 우리 주위엔 의사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내 몸(병)은 내가 안다”며 자기 마음대로 하려 합니다. 의사의 처방이나 지시에 상관없이 약 용량을 줄이거나 늘이기가 일쑤고, 심지어 “다 나았다”며 약을 끊기도 합니다. 또 “실력이 없다”며 성급하게 의사를 갈아치우기도 예사로 합니다.

물론 이렇게 된 데는 의사의 과잉진료나 처방전 없이 마음대로 약을 살 수 있었던 우리나라 의료환경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생각됩니다. 단순한 감기 환자를 사흘씩 병원에 오게 해 주사를 놓아대는 의사들이 지금도 많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의사의 말에 절대 순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가 진단이나 자가 처방만큼 세상에 위험한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병을 키우고 몸을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가장 위험한 일은 약을 제 마음대로 끊거나 먹거나 하는 것입니다. 이런 일은 특히 장기간 약을 복용해야 하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 질환자들에게 많습니다. 약 복용 중 성기능 감퇴나 몸이 나른해 지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면 의사와 상의해서 부작용이 없는 다른 약으로 바꾸거나 용량을 조절하는 게 원칙입니다. 그러나 많은 환자가 “약이 몸을 축낸다”며 마음대로 약을 끊는다고 합니다. 4~5년 약을 잘 복용한 뒤 “이젠 완치됐다. 내 몸은 내가 안다”며 약 복용을 중단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라고 합니다.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치의를 믿지 못하고 이 의사 저 의사를 찾아 다니는 ‘의사쇼핑’도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손해를 끼치게 됩니다. 치료를 받으면 즉시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는 잘못된 믿음이 ‘쇼핑’을 확산시키는 중요한 이유지요. 그러나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은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 헤매는 동안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오히려 몸을 망치게 되는 일이 많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현대의학이 발달하기 이전엔 허준 같은 명의가 가능했겠지만, 과연 요즘에도 그럴까요. 조금 더 나은 의사를 찾아 헤매느라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것보다, 주치의를 믿고 지시를 충실히 따르면서, 좀 더 진득하게 치료 결과를 기다리는 게 환자의 올바른 자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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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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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조선일보 헬스편집장
현 헬스조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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