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건강관리… 담배 앞에서 무너지다

임호준기자의 헬스편집실

헬스조선/임호준 대표

최근 가깝게 지내는 한 대학 선배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뇌로 올라가는 경(목)동맥 초음파 검사를 받았는데 의사가 "빨리 큰 병원에 가 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의사 말이 양쪽 경동맥이 많이 손상되고 막혀 있어 금속 그물망을 끼워 혈관을 확장시키는 스텐트 시술이나 아예 혈관 교체 수술을 받아야 할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수화기로 전해지는 목소리지만 선배가 얼마나 다급하고 불안해 하는지 그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졌습니다.

이 선배, 건강 관리 하나만은 정말 철저히 해온 분입니다. 젊었을 때부터 헬스클럽에 다니며 거의 매일 운동을 했습니다. 체중과 건강 관리를 위해 술도 철저하게 자제해 왔고, 비타민 등 영양제도 꾸준히 복용하고 있었습니다. 하루 한 갑 정도 담배를 피우는 것만 빼면 '완벽한' 건강관리를 해 왔던 것이지요.

"아무리 열심히 운동해도 말짱 헛일이니 빨리 담배부터 끊으라"고 저는 여러 번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자기 정도면 그 누구보다 열심히 건강관리를 하는 편이며, 매년 건강검진을 받지만 현재 특별한 문제가 없으며, 유일한 낙인 담배까지 끊으면 스트레스 때문에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으니, 나쁜 줄은 알지만 '아직은' 담배를 끊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 선배의 변(辯)이었습니다. 그런 그도 폐암만은 걱정이 됐는지 정기적으로 저선량 CT 검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선배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가장 찜찜한 폐암은 매년 CT 검사로 위안을 삼고,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 모두가 정상이니 동맥경화증 걱정도 하지 않았던 것 같고, 운동을 열심히 해서 표준 체중을 유지하고 있으니, 담배 하나 정도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담배는 약 4000가지 이상의 독성 화학물질로 구성돼 있습니다. 폐암을 비롯한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이고 말초 혈관에서부터 뇌혈관이나 심장혈관 같은 중요한 혈관까지 온 몸 혈관을 헐게 만듭니다. 발가락 절단, 심장마비, 뇌졸중이 그 결과입니다. 그 밖에 후두암, 구강암, 식도암, 유방암, 자궁암 등과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고, 특히 여성에겐 월경불순, 수태 기능의 저하, 조산아 및 기형아 출산 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피부는 권력이다'는 CF 카피가 유행할 정도로 요즘 피부에 관한 관심이 큰데, 피부의 가장 큰 적이 바로 자외선과 흡연입니다. 이처럼 세상에 그 어떤 독성물질도 담배처럼 광범위한 폐해를 끼치지는 않습니다. 담배는 기호식품이 아니라 극독입니다.

매일 몸 속에 그 독을 채워 넣으면서 건강을 위한답시고 식탁에만 앉으면 이건 이래서 몸에 해롭고 저건 저래서 몸에 해롭다고 까탈스럽게 구는 사람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마치 사약을 들이키며 비위생적인 그릇을 불평하는 꼴이 아닐까요? 우리 주위엔 그런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다시 한번 금연에 도전하시길 부탁 드리겠습니다.

/ 임호준 Health편집장 hjl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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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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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조선일보 헬스편집장
현 헬스조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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