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후 그곳이 ‘따끔따끔’
계절의 여왕 5월, ‘결혼’을 통해 수많은 남녀가 인생 2막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 신혼의 달콤함을 맛보기도 전에 신부가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신혼여행 후, 소변볼 때마다 화끈거리고 화장실을 자주 찾게 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 병원을 찾아온 여대생 역시 최근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가진 후부터 아래쪽이 따끔거린다며 고통을 호소해 왔다. 그녀는 콘돔을 착용하지 않았다며, 이전에도 여러 명의 여자 친구를 뒀던 남자친구에게서 혹시 성병이라도 옮은 것이 아닌가하고 불안해했다.
진단결과 둘은 모두 급성방광염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방광염은 많은 여성들이 처음 성관계를 가지면서 흔히 걸리는 질환이다. 결혼 초기 여성에게 자주 발병하여 ‘밀월성 방광염’이라고도 불린다.
급성방광염은 여성의 요도 주위에 묻어 있던 세균이 역류해 요도를 타고 방광으로 흘러 들어가 염증을 일으킨 것이다. 요도는 방광에서 바깥쪽으로 소변이 흐르는 관이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항문과 질의 거리가 짧기 때문에 남성보다 방광염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다.
급성방광염에 걸리면 배뇨 시 그곳이 화끈거리고 막상 소변을 봐도 시원치 않으며, 화장실에 자주 가게 된다. 밤에도 소변을 보기 위해 자주 잠에서 깨고, 하부요통 및 치골상부 통증을 호소한다. 열은 없지만 피가 섞인 소변이 나오기도 한다. 급성방광염은 흔히 질염과 동반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 때문에 위와 같이 성병의 일종으로 오해받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병은 배뇨곤란과는 관련이 없다.
급성방광염은 항생제 복용을 통해 손쉽게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항생제를 잘못 쓰면 내성만 키워주는 역효과가 날 수 있으며, 이중 감염의 우려도 있다. 간혹 제대로 된 치료를 하지 않아 신우신염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평소 방광염에 걸리고 싶지 않다면 성관계 전후에 반드시 질 세척을 해주어야 한다. 또한 볼일을 본 뒤 항문 주위를 앞에서 뒤로 닦는 것이 좋다.
간혹 화장실 가는 것이 고통스러워 일부러 물을 마시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염증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오히려 수분이 많은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염증완화에 도움이 된다. 단 술과 카페인은 방광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되도록이면 삼간다.
평소에 크랜베리 주스를 많이 섭취하시는 것도 방광염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크랜베리 주스는 소변계통의 박테리아 침투방지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허니문 방광염이 생기면 질환의 특성상, 대부분 증상과 고민을 쉽게 털어놓지 못한다. 그러나 모든 병은 초기에 잡아야 한다. 더구나 급성방광염은 희귀질환도 아니고, 많은 신혼부부들이 걸리는 병이다. 따라서 의심할만한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 말고 병원에 내원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자.
벨라쥬여성의원 / 원철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