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후 아프고 찌릿찌릿하다면…
김씨가 진료실을 처음 찾은 것은 1년 전이었다. 예쁘장한 외모의 김씨는 결혼 10년차 된 주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동안으로 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는 듯했다. 그런 그녀가 의외의 말을 꺼냈다.
6개월 전 남편과 섹스를 한 후 급성방광염이 생겨 이후로 잠자리를 피하게 됐다는 것이다. 남편은 부인을 이해하면서도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고, 때때로 포르노비디오를 보며 혼자 성욕을 해결했다고 한다.
그녀가 걸린 방광염은 단순 급성 방광염으로 방광과 요도의 점막 내에 생겨 소변이 자주 마렵고, 소변볼 때 아프며, 혈뇨를 보이기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성에게서 잘 생기는데, 해부학적으로 여성의 요도는 4cm 정도로 남성에 비해 짧아 항문과 질 쪽에 사는 대장균이 요도를 타고 방광 안으로 들어오기 쉽기 때문이다. 대장균은 몸 전체에 섬모(아주 가는 털)가 있는데, 대장균의 섬모가 방광에 잘 달라붙는 여성들은 체질적으로 방광염에 더 잘 걸리게 된다. 또한 성관계 후나 면역력이 약해질 때도 단순 급성 방광염에 잘 걸릴 수 있다.
방광염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고 소변검사에서 염증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있으면 방광염을 진단할 수 있고 단순 급성 방광염인 경우는 약 3일간의 항생제 요법으로 부작용 없이 쉽게 치료될 수 있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대장균이 방광에서 요관을 타고 콩팥까지 올라가 급성 신우신염을 일으킬 수 있는데, 방광에서 요관으로 소변이 역류되는 ‘방광요관역류’ 질환을 가진 경우나, 임신을 한 경우는 대장균이 더 쉽게 콩팥까지 올라가 급성 신우신염의 합병증을 잘 일으킨다. 이때는 열이 나고 옆구리가 아프며 결국 입원까지 해야 한다. 입원 치료 후에도 약 한 달간은 더 항생제 치료를 해야 한다.
필자는 우선 예방적으로 항생제를 처방해주면서 성 관계 전이나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복용토록 했다. 또 성관계 전후로 청결히 할 것과 물을 많이 마실 것, 성관계 후 반드시 소변을 볼 것을 권했다. 화장실에서 휴지를 사용할 때 앞쪽으로 휴지를 닦아내는 습관은 금물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런 방법들을 이용하면 대개는 방광염을 예방할 수 있다. 그래도 자주 방광염에 걸리는 사람이라면 성생활 후에 항생제를 복용하는 방법도 이용할 수 있다.
벨라쥬여성의원 / 원철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