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키가 작을수록 자녀의 키에 대해 아주 민감하다. 성장클리닉을 방문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키는 심각한 스트레스라고 볼 수 있다. 평균 키가 커지면서 키 작은 부모의 근심 역시 더 커진다. 어리기만 한 줄 알았던 아이에게 가슴에 멍울이나 음모와 같은 사춘기 징후가 나타난다면 더욱 초조해지기 마련이다.
2년 전 이 초란 엄마 역시 긴장된 얼굴로 본 원을 찾았다. 딸아이가 초경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경우 초등학교4학년 145㎝ 밖에 안 되는데. 엄마 키가 작아 어릴 때부터 키에 관한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노력했기에 충격은 컸다. 모든 노력이 허사였다. 딸아이도 자신의 키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맘에 성장클리닉을 찾았다고 한다.
검사결과 여성호르몬은 제법 잘 분비 되고 있었다. 유전적인 원인도 있지만 눈에 띄게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성호르몬을 자극시킨 주원인으로 판단됐다. 거의 2년 동안 날마다 달걀을 먹인 게 화근이었다. 키 크는 데 좋은 것으로만 믿고 하루에 하나씩, 평균 일주일에 10개 이상을 꾸준히 먹였다고 한다. 콩종류 음식과 새우, 전복, 알탕, 사골국 역시 몸에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주 먹였다고 했다.
그런데 여성호르몬을 자극하는 음식에 관한 설명을 듣는 순간 너무 심한 충격을 받았다. 키 크라고 아주 열심히 먹인 음식이 오히려 성장을 방해하는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다. 가슴에 멍울이 생긴 시기는 불과 1년도 안되었다고 한다. 엄마는 초등학교 6학년에 생리를 해서 설마 했다. 요즘 애들이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이렇게 빠를 수가 있는지 의아해 했다.
성호르몬을 자극하는 음식은 철저히 피하면서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 조경성장탕을 처방했다. 초경이후는 성장위주의 치료를 하게 되지만 성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하는 약은 가능하면 피하면서 처방을 하게 된다. 초경이후에는 평균 6㎝정도 자란다. 그러나 초경이후에도 15㎝까지 큰 경우도 있기 때문에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수도 있다.
긴장된 맘으로 치료를 하면서 3개월 후 3㎝ 자랐다. 줄넘기도 날마다 30분 이상 했고, 잠도 10시면 정확히 잤다. 다시 3개월 후 2㎝가 컸고, 1년 후 5㎝가 더 자라 초경이후 18개월 동안 10㎝가 컸다. 초경 이후 생리양이 점차 줄고 생리주기도 띄엄띄엄 해지더니 최근엔 정상 생리가 시작되었다. 초경 이후엔 생리량이 작을수록 키는 더 크는 것으로 보인다. 초경이후에 조경성장탕으로 치료를 하면 비록 생리는 멈추게 하지 못하지만 량이 적거나 드물게 오도록 하는 경우는 있다.
현재 단비의 키는 158.5㎝. 생리를 하고 있지만 지난 2년간 13.5㎝나 컸다.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우리나라 성인 여자 평균키 162㎝까지 충분히 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콜레스테롤이 함유된 음식을 피하는 등 철저한 식이요법과 규칙적인 운동 10시에 잔 것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초경 이후의 성장치료에 대해 주위의 비관적인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엄마의 노력이 가장 큰 성공요인이었다. 초경이후에도 2년 정도는 클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는 있을 수 있다.
하이키한의원 성장클리닉 원장 박승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