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를 좌우하는 뼈의 발달은 묘하게도 잠 잘 때만 일을 한다고 한다. 일과 중에 뼈가 자란다면 아마도 그 통증도 참긴 어려울 수도 있다. 키가 크려면 성장판 연골에서 뼈의 골화가 일어나고 뼈를 둘러싼 각종 조직과 근육 혈관 인대 골막도 늘어나야 하는데 이런 일이 낮에 생긴다면 참을 수 없을 것이다.
뼈는 밤에만 자라게 되는 것을 다행스럽게 여겨야 한다. 키가 크려면 몸과 마음이 가장 편안하고 이완이 되어 있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적으로 스트레가 많고, 공부하느라 잠을 못 자면 키는 자라기 힘들다. 깊은 숙면을 할 때 더 잘 자라게 된다. 그러나 요즘 청소년은 심신이 고달프다.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를 겪는 아동과 청소년 환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예전에 서울대병원 연구 결과 강남·분당 중고생 56%가 3가지 이상의 질병을 앓고 있다고 보고했다. 교육열이 높은 지역일수록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특히 10명 중 한 명 이상이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했으며, 중학생이 고교생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고 있다고 했다. 61.4%가 두통, 소화불량 46.8%, 어지럼증 42.1%, 허리통증 41.4% 등도 호소했다. 절반 넘는 아이들이 3가지 이상의 증상을 가지고 있었다.
작년 8월 성장클리닉을 방문한 분당 사는 중 2학년 장기남군 역시 학업스트레스가 아주 심했다. 또래보다 10㎝ 작았고, 뚱뚱한 편이었다.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편이라 살만 쪘다. 소화불량과 잦은 복통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하루에 5시간 정도 자고, 운동은 못하고 있다. 할 시간이 없다. 숙제하다보면 하루가 짧다고 했다. 지나친 학습량과 수면ㆍ운동 부족으로 키를 시간이 없도록 만들고 있는 셈이다.
키 작은 아이들 중에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는 종종 있다. 스트레스는 소화기관에 가장 먼저 영향을 준다. 소화불량, 과민성 설사, 변비와 복통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흔하다. 또한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우울증을 오게 하고 성장호르몬 분비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키도 덜 자라게 된다. 부모님에게 기남이의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우선 잠을 1시간이상 더 잘 것을 권했다. 잠을 더 자야 면역력도 회복이 되고, 기억력도 더 좋아 진다고 강조했다.
키 성장을 위해 오가피, 두충을 포함하는 성장탕과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총명탕 처방을 했다. 성장탕은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하여 자연스럽게 숙면을 취할 수 있게 한다. 잠만 잘 자도 피로감이 빨리 풀리고 키도 더 잘 클 수 있다. 잠도 늘리고 소화기 증상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되면서 예전에 크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잘 커주었다. 1년 사이 9.2㎝나 부쩍 커 있었다. 짜증 가득한 예전의 얼굴은 사라지고 여유 있는 편안한 상태였다. 성장기에 잠을 줄여서 공부를 한다면 키 성적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럴 때는 키와 성적은 반비례한다.
하이키한의원 성장클리닉 원장 한의학 박사 박승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