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수줍음이 많던 지은이가 처음 성장클리닉 본원을 찾은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상담 내내 엄마 손을 꼭 붙잡고 놓지 않던 지은이의 키는 144㎝. 걱정할 정도로 작진 않았다. 하지만 부모는 말도 적고 내성적인 것이 혹시 작은 키 때문이 아닐까 하고 늘 걱정해왔다. 그러던 중 초경을 했고 ‘생리하면 키가 안 큰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제야 부랴부랴 성장클리닉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상담을 하는 동안 아이는 매우 불안해 보였다. 성장을 방해하는 정신적 스트레스의 원인을 찾는 게 급선무였다. 그런데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5년 전 부모가 이혼 하면서 고모 아래 자라왔다. 어린 아이에게 부모의 이혼은 감당하기 힘든 충격이었다. 무엇보다 엄마의 부재는 애정결핍과 정서박탈로 이어졌고 이러한 불안심리가 지속되면서 밤에는 깊게 잠들지 못하고 꿈도 자주 꾸고, 낮엔 ‘틱’ 장애까지 있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사춘기도 빨리 오게 만들었다.

또한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었는데 이 역시 아이들의 성장을 방해하는 주된 원인이 될 수 있다. 임상적으로 보면 알러지 비염이 있는 아이들은 비위의 기능도 약해서 식욕도 부진하여 영양불균형 상태가 되기 쉽다. 코가 막혀 자주 깨거나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구강호흡을 하게 되어 수면장애가 나타나기 쉽다. 성장호르몬은 깊이 잠들었을 때 왕성하게 분비되는데 수면을 방해한다면 성장호르몬의 분비도 적어 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키 성장도 더디게 된다.  

단순히 아이의 키 크기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찾아왔던 지은이의 어머닌 예상치 못했던 검사 결과에 적잖은 충격과 함께 뒤늦은 후회로 괴로워했다. 만약 이러한 문제들을 곁에서 주의 깊게 관찰하고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했더라면 아이가 정상적으로 자랐을 거라고 가슴을 내리쳤다. 

대부분 초경이 사춘기의 시작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가슴 발달, 가슴 멍울이 시작이 될 때가 사춘기 시작이다. 초경이후 평균 5~8㎝ 정도밖에 안 크기 때문에 초경이 빠르다면 최종 예측키는 그만큼 작아질 수밖에 없으므로 성장 치료는 초경 전에 시작해야 가장 효과적이다. 

다행히 지은이의 부모는 늦었지만 ‘키 크기’라는 공통 과제를 놓고 힘을 합치기 시작했다. 한방치료에는 형개연교탕이라는 알러지 비염치료에 사용하는 처방과 성장탕을 배합하여 처방을 했다. 아빠와 엄마의 왕래가 잦아지고 엄마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기 시작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3개월 후에 방문했을 땐 ‘틱’도 조금씩 좋아지고 잠도 잘 자게 되고, 비록 초경은 시작했지만 꾸준히 키도 크고 있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불안감, 초조, 강박 관념, 욕구불만, 다양한 콤플렉스 등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는 뇌를 자극하고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성조숙증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부모의 이혼으로 아이들이 겪게 될 스트레스가 부모가 사망했을 때 느끼는 고통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하니 성장기 아이들에게 부모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때로는 의사가 해 줄 수 없는 치료가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의 관심보다 더 좋은 보약이 없고, 사랑보다 더 좋은 성장촉진제는 없기 때문이다. 

하이키한의원 성장클리닉 원장 박승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