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성형, 해도 괜찮은가?

수능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요즘, 대범하게 엄마 손을 먼저 잡고 진료실 문을 열었던 앳된 얼굴의 숙녀가 있었다. 첫눈에 보기에도 ‘잘 다듬어진’ 미인형 얼굴. 즉, 이미 얼굴부위를 성형한 흔적이 남아있었는데.. Y양은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외모의 연예인이 되고 싶다”며 볼륨감 있는 가슴확대에 대해 눈을 반짝이며 문의해 왔다.

성형에 임하는 환자들의 연령대는 점차 낮아지고, 일부에서는 멀지 않은 미래에 청소년들의 성형수술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점쳐지고 있다. 멀리 호주나 영국의 중학교 졸업선물이 가슴이나 코 성형수술이라는 사례를 들 것도 없다. Y양의 경우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수능시험이 끝난 뒤 수험생들이 외적인 변신을 꾀하고, 성형 산업 또한 이에 부응해 각종 수능마케팅을 펼친 지 오래다.

그러나, 몸의 성장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무리한 성형은 자칫 과유불급의 굴레를 씌우기 쉽다. 수험생들 역시 수능시험 후 마치 묵은 일들을 해치우듯이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거나 영화 속에서 이야기하는 전신성형을 운운하기도 하는데, 경솔하게 병원과 수술방법을 선택하다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적어도 아래 사항 정도는 체크해야 한다.

성형수술? 이정도 나이는 돼야~

성형 수술은 치료목적을 위해서는 어릴 때에도 수술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반적인 미용성형의 경우 성인 기준으로 신체가 90% 이상 발육이 되었을 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므로 반드시 성형이 필요할 경우, 성장기를 피하는 것이 좋다.

눈이나 코는 비교적 저 연령층에서도 일반화된 성형술로 여겨진다. 15세 경부터 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여론이지만, 개인의 발육 정도와 체격, 컨디션에 따라 수술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성급한 결정은 금물이다.

턱이나 얼굴 전체의 윤곽을 교정해 주는 안면윤곽술은 반드시 성장이 끝난 후 해야 한다. 안면윤곽술은 뼈를 교정하는 수술이므로 성장이 덜 끝난 상태에서 수술을 받게 되면 이후 뼈가 휘거나 잘못 자라 기형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더 자라야 하는 뼈가 자라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가슴성형? 미용목적이라면 심사숙고, 질환 있다면 수술을

아이돌 스타를 꿈꾸는 청소년이 늘어나면서 성숙한 몸매를 동경하는 청소년도 늘고 있다.  때문에 큰 가슴에의 선호는 여학생들에게서도 예외가 아니다. 교복을 타이트하게 입어 가슴을 크게 보이려 한다거나 어른 속옷을 착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Y양처럼 일부 과감한 여학생은 성형외과를 찾아 가슴성형을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슴의 경우 단순히 미적인 면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 수유의 목적이 있기 때문에 시술 전 신중히 고려 해야 한다. 특히 성장기 청소년의 경우 아직 가슴이 자라고 있는 상태이므로 충분히 가슴 크기나 모양이 변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가슴 성장이 멈추는 만 18세 까지는 지켜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여학생의 경우 가슴이 지나치게 큰 거대 유방증이나, 남학생의 경우 여성처럼 봉긋하게 솟아오른 여성형 유방증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성장기 때라도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학업에 집중해야 할 청소년에게 질환에 대한 고통뿐 아니라 심한 스트레스와 콤플렉스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지방흡입? 우선 운동부터!

몸짱 열풍이 불다 보니 살이 찌는 것에 비상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실제로 성형외과에는 청소년들이 찾아와 지방흡입술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청소년기는 세포 수가 늘어가면서 체형이 형성되는 시기이므로 뚱뚱하다고 함부로 지방흡입술을 받으면 안 된다. 이 시기에 지방흡입술을 잘 못 받으면 오히려 체형이 정상적이지 못한 방향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청소년기에 지방흡입을 받더라도 지방세포가 아직 성장기에 있기 때문에, 후일 만족할만한 효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선 적당한 운동으로 체형과 체력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지방흡입술을 받아야만 하겠다면 체형이 자리 잡히는 만18세 이후에 받는 것이 낫다.

수술결단? 부모님을 빼놓으면 큰일!

수험생 중에서 간혹 시험종료와 동시에 무한한 해방감을 누리며 수술을 혼자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위험하다. 성형을 받을 부위와 회복기간, 비용까지 부모님과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꼭 거치도록 한다.

병원선택? 전문의 찾아가는 것은 당연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임에도, 최근 성형수술은 비전문의에게 행해지는 경우가 흔하다. 성형 전문의와 비전문의를 구분하려면 대한성형외과학회 홈페이지(https://www.plasticsurgery.or.kr)에서 검색해 보거나, 병원 간판명을 확인하거나(「OO의원, 진료과목 성형외과」는 비전문의다), 각 성형외과학회 및 협회의 인증마크가 병원에 비치돼 있는지 여부 등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성형외과 전문의들도 각자의 전문분야를 가지고 있으므로 집도의의 전문분야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슴성형의 경우 충분한 임상경험이 있는 전문의를 통해 시술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술할 병원에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지의 여부도 반드시 따져보아야 한다. 대부분의 의료사고는 마취사고이다. 따라서 마취과 전문의가 수술 전, 수술도중 그리고 환자가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모 연예인의 안면윤곽수술에 의한 과다출혈과 그로 인해 생명이 위태로웠던 사건은 우리에게 무리한 성형수술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이 얼마나 큰지 경고해 준다. 성형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청소년 성형의 한계로 지적되는 성장기 성형의 위험성도 곧 정복될 고지라 여겨지고 있지만, 섣불리 수술을 결정했다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기도 한다는 걸 성형에 임하는 청소년뿐 아니라 부모님들께서도 기억하시기를 바란다.

/ 바람성형외과 심형보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