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보다 앳된 용모를 가진 O양을 상담하면서 있었던 일이다. 155cm, 42kg의 상당히 작고 마른 체형임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C컵으로 만들어 달라는 주문으로 오랜 시간 진료실에서 그녀와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시술 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왕가슴을 열렬히 신봉하는 남친의 영향력(?)에 의해 그녀는 가느다란 목과 허리로 풍선가슴을 지탱해야 하는 이중고를 무모하게 선택한 것이다.
아름다운 얼굴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듯, 아름다운 가슴의 기준도 백인백색(百人百色)이다. 얼굴도 가슴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성형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으나,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시술 받는 환자 본인에게도 만족감을 주는 아름다운 가슴에는 분명 몇 가지 조건이 숨겨져 있다.
아름다운 가슴이란, 적당한 풍만함과 탄력성 그리고 자연스러운 모양과 다른 신체 부위와의 균형 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적당해야 조화로운 미를 뽐낼 수 있는 걸까.
서양에서는 36-24-36의 몸매처럼 가슴 둘레가 엉덩이 둘레와 같아 모래시계처럼 풍만해 보이는 체형을 선호한다. 하지만 서양 여성에 비해 키가 작고 머리와 엉덩이가 큰 편인 동양 여성이 엉덩이와 같은 비율의 가슴을 가졌다고 상상해 보면, 아름답기보다 부담스러운 느낌이며 가분수처럼 상체비만이 강조되어 보여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따라서 동양 여성은 톱바스트(양쪽 유두를 지나는 둘레)가 엉덩이 둘레보다 4~5cm 정도 작은 가슴을 이상적인 크기로 본다. 속옷 디자이너들에 따르면, 한국여성의 이상적인 가슴크기는 키 x 0.52~0.53 의 공식을 통해 대략 추정해 볼 수 있다고 한다. 단, 사람의 체지방마다 약간의 편차는 존재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가슴 모양도 자루형, 사발형 등 사람마다 차이가 크다. 하지만 여러 모양 중 가장 매력적인 모양으로 꼽히는 것은 원추형이다. 이는 원추형의 가슴이 정면에서 봤을 때 쇄골의 중심과 유두를 연결한 선이 삼각형의 밸런스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 삼각형이 정삼각형에 가까울수록 아름다운 가슴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 옆에서 봤을 때에도 톱바스트가 어깨와 팔꿈치 중간에 있어야 옆 라인의 굴곡까지 살아나는 장점이 있다.
가슴성형에 쓰이는 보형물도 이상적인 가슴의 모양을 따라 변화하고 있다. 초기 개발된 호빵 모양의 원반형 보형물 대신 최근 사용되는 물방울형(tear-drop)디자인은 인체의 모양과 흡사해 자연스러운 곡선을 만들기 쉽다. 또한 원반형 보형물의 단점인 가슴 상부의 볼록함을 완충시킬 수 있고, 처진 가슴의 확대나 재수술 시에도 안정된 수술결과를 얻을 수 있다.
O양과는 “조금 힘들겠지만, 남친을 설득해 보자” 는 결론에 함께 도달했다. 남녀노소를 무론 하고 체형에 맞는 이상적인 가슴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것이 시술을 백 번 하는 것보다 선행되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들 스스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고, 이상적으로 맞추어 나갈 줄 아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바람성형외과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