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방학을 맞아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온 L양은 쉽사리 눈을 마주치기 어려웠다. 소녀의 자신 없고 움츠러든 모습은 사춘기 이후 급속히 발육한, 다른 친구들과 비교해 눈에 띌 만큼 엄청나게 큰 가슴 때문이었다. 오랜 동안 상담하면서 그녀의 고충이 예상보다 심각함을 알 수 있었다. 앞 단추가 달린 교복상의는 툭하면 벌어지기 일쑤였고, 공포의 체육시간엔 조금만 달려도 출렁이는 가슴이 민망해 몸을 최대한 웅크려야 했다고 한다. 혹시 친구들이 자신의 가슴을 보고 쑥덕거리지는 않을지 늘 고민을 거듭하던 L양을 보다 못한 어머니가 방학을 맞아 성형외과를 찾은 것이다.
한국여성의 평균 가슴 크기는 한쪽 당 약 200-250cc 정도로 추정되며, 정상적인 여성보다 약 200~2000g 무거운 경우를 거대 유방증이라 말한다. 여기에 다음 증상 중 세 가지 이상을 동반할 때 거대 유방으로 진단된다. 어깨 통증, 목 통증, 허리통증, 두통, 피로감, 어깨에 남는 브래지어 끈 자국, 운동부족으로 인한 비만, 유방 밑의 튼 살, 유방 통 등이다.
이처럼 가슴이 어깨, 목, 허리 등에 통증을 유발하는 이유는 유방의 무게로 인해 어깨에 실리는 하중, 큰 가슴을 가리려는 웅크린 자세, 가슴이 작게 보이기 위해 조여 매는 잘못된 브래지어 착용 등이 그 원인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한참 학업에 열중해야 할 사춘기 여학생들의 경우, 이러한 증상이 신체적으로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큰 장애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절벽가슴은 보정속옷 등을 통해 커버할 수 있지만, 거대유방은 절대 숨길 수 없기 때문이다. 큰 가슴을 가리려는 무의식적인 방어심리와 외모 콤플렉스는 매사에 자신감을 잃게 해 남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소극적인 성격을 만들며, L양의 경우처럼 사회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게 한다. 따라서 거대 유방증 소녀들은 남들보다 몇 배 더 힘든 사춘기를 겪게 된다. 결국 감성이 풍부하고 그 어느 시기보다 예민한 사춘기의 소녀들의 거대유방증은 심할 경우 대인기피, 정서공황 장애 등 사회심리학적, 정신적인 발달의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
거대 유방증의 발생요인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유방 성숙에 관여하는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유방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내분비성 유방비대가 있으며 둘째, 호르몬 분비는 정상이지만 유전적인 영향으로 유방이 커지는 처녀성 유방비대로, 10대에서 많이 볼 수 있지만 병적인 상태라고까지 할 수는 없다.
세 번째는 전신의 비만과 함께 유방이 커지는 비만성 유방 비대로, 이는 최근의 서구화된 식생활이 그 주요 원인이다. 가슴은 90%가 지방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과다한 음식섭취를 할 경우, 가슴이 커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 이런 성장기 비만 관련 거대유방증은 미리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집안내력에 유전적 성향이 있다던지 여기에 청소년기 비만까지 겹쳐지면 가히 폭발적인 가슴 비대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미리미리 성장기 비만이 되지않도록 관리할 것이며 육상이나 무용등 좀 과격한 운동을 시키는 것이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몸짱 열풍이 불면서 그 어느 때보다 큰 가슴 여성들이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세상이 됐다. 가슴을 크게 만들기 위해 성형을 받는 여성도 늘고 있고, 크고 섹시한 가슴이 미의 표상이 된 시대.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가슴에도 과유불급이라는 명언이 적용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