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와는 더 이상 즐거움이 없다보니깐….”
부부의 성생활이 뜸해지던 차에 실수로(?) 한 눈을 팔았다는 40대 남성 S씨, 한번의 외도가 아내에게 걸리는 통에 진료실까지 끌려왔다며 필자 앞에서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우리나라엔 부부간의 성적 불만족을 다른 파트너를 찾아 해소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 특히 우리나라만큼 전국 방방곡곡에서 성을 쉽게 사고파는 나라가 또 있을지 외국과 비교해보면 더욱 안타깝다.
성생활의 만족감이나 다양성이 1 명의 배우자로는 힘들다보니 다른 파트너를 만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남성들도 제법 있다. 하지만 이는 반성해야할 생각이다. 외도라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도 당연하지만, 이런 행동이 갖는 의미가 성의학 관점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즉, 부부간에 성적 만족감이 떨어질 때 이를 두 사람이 함께 풀어야할 숙제라는 생각보다는 상대의 성기능에 결함이 있다고 막무가내로 비난하거나 다른 파트너를 구해 새로운 쾌감을 찾는 것은 성행위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그렇다.
대부분 이런저런 이유로 사랑하고 있는 파트너를 제쳐두고 다른 상대를 찾는 사람들을 지켜보면 복잡한 심리적 문제나 갈등도 있겠지만 아주 단순한 공통점도 있다. 즉, 성행위에서 입맞춤, 가슴 몇 번 만지고 그 다음은 삽입성교를 하는 식이다. 개중에는 발기력이 예전만 못하고 오래 유지되지 않으니 발기가 수그러들기 전에 재빨리 삽입을 해야만 되는 불쌍한 조급증도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성행위의 다양성인가? 그나마 우리나라 부부들에게 지켜지는 것은 체위의 다양성이다. 하지만, 체위의 다양성에 식상해지면 그 외에는 별로 다양성을 위해 더 시도해보는 것이 없다. 하지만 성행위의 다양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여기저기에 숨어 있다. 즉, 성감대 자극을 통한 전희, 전희를 한다면 어떤 성감대를 몇 개나 어떤 자극 방식을 몇이나 조합할 지, 음경이나 클리토리스·G스폿의 자극 여부와 방식, 자극시 삽입전에 오르가즘에 미리 도달시킬 지 여부 등등 그야 말로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성감대나 클리토리스·여성의 G 스폿 등등의 얘기를 하면 매번 삽입성교 전에 최고의 즐거움을 줘야하는 것이냐며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이런 저런 방식으로 상대에게 최고의 즐거움을 주면 좋겠지만 삽입성교 전에 매번 오르가즘까지 도달할 필요는 없다. 어떤 때는 오르가즘까지 끌어올리고 어떤 때는 가볍게 기분좋은 수준으로 변주곡을 행하는 것이 더욱 성적 흥분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고 매번의 성행위가 새롭게 느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덧붙여 아침·저녁 등 성행위 시간대, 성행위 장소와 그 환경 등등 성행위의 다양성을 이끌 수 있는 요소들을 조합하다보면 평생 똑 같은 성행위는 불가능하며, 각자의 취향과 만족감을 내 배우자만큼 제대로 나를 아는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게 된다.
어떻게 매번 똑같이 ‘그 나물에 그 밥’, 똑 같은 방식의 피스톤운동으로 즐거움이 있을 수 있겠는가? 비빔밥도 먹고, 여름철엔 냉면도 먹고, 또 이렇게 음식에 있어서는 다양한 미각을 가진 한국 사람들이 유독 성행위에서만은 철저히 편식만 하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다양한 요리를 즐기며 만족감을 얻듯 성생활에서 파트너를 바꾸는 것이 만능열쇠일까? 답은 ‘절대 아니올시다’ 이다. 일부일처제의 문화적 현실에서 성생활의 다양성과 그 즐거움은 바로 사랑하는 아내와 다양한 즐거움을 가질 수 있어야 두 사람의 성생활이 즐겁다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란다.
긴 인생 여정을 함께 하는 부부의 성생활은 소꿉놀이나 마찬가지다. 매번 똑같은 소꿉놀이로 쉽게 흥미를 잃을 지, 서로 이런 저런 희망사항을 솔직하게 터놓고 놀이방식에 약간씩 변주곡을 만들어가며 소꿉놀이를 즐길 지는 부부 양측 모두에 달린 것이지 어느 한쪽의 책임이 아니다. 어차피 한 손으로 박수를 칠 수는 없다.
/강동우 - 강동우 성의학 클리닉·연구소 소장
/백혜경 - 성의학 전문의, 커플치료 전문가
입력 : 2006.08.30 19:4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