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눈도 자연스럽게 노화를 겪는다. 가까운 것이 잘 보이지 않는 노안이 대표적이지만, 시야가 흐릿해지거나 밝은 곳에서 유난히 눈이 피로해지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노화뿐 아니라 수정체가 탁해지는 백내장의 초기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투명성을 잃어 빛을 정상적으로 통과시키지 못해 시야가 흐려지고, 사물이 겹쳐 보이거나 눈부심이 두드러지는 특징을 갖는다. 주로 노인에게 많이 발생하지만, 개인에 따라 발병 연령과 진행 속도가 다르고 초기에는 증상이 미미해 노안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백내장 진단을 받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백내장 수술이 꼭 필요할까?이다. 일반적으로 백내장이 발견됐다고 해서 즉시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백내장은 초기, 미숙, 성숙, 과숙 단계로 진행하며, 진행 정도는 세극등현미경검사, 샤임플러그검사, 빛산란검사 등 객관적인 방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초기에는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한 보존적 치료를 하면서 정기적인 경과 관찰만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백내장이 진행하여 시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거나 야간 운전에서 빛 번짐이 심해지는 등 일상생활에서의 불편이 분명해지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사람마다 필요로 하는 시력이 다르고, 백내장의 위치와 형태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수술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획일적인 기준보다는 환자 상태를 다각적으로 평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야간 운전이나 정밀 작업을 해야 하는 사람은 안과검사실에서 측정된 시력이 일정 이상 유지되고 있더라도 백내장으로 인한 불편함이 클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 봐야 한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실내 생활이 많고, 빛 번짐이나 흐린 시야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시력이 다소 떨어져도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이 없기 때문에 수술의 필요성이 낮을 수 있다. 이러한 개인차를 반영해 수술 시기를 정해야 한다.

수술 시기를 결정할 때 환자가 느끼는 불편감이 중요한 요소임을 이야기하였지만, 그렇다고 주관적인 증상만을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 간혹 백내장이 중등도 이상으로 진행되어 있음이 객관적으로 확인되고 그로 인해 시기능이 상당 부분 저하되어 있는데도 시기능의 저하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시기능의 저하가 천천히 진행되어 왔고 그 상태에 잘 적응이 되어 있는 경우인데, 환자가 수술을 받은 이후에야 수술 전 시력이 나빴음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백내장 수술을 결정함에 있어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수술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수정체 혼탁이 심해지고 단단해지는 과숙 백내장 단계까지 진행되면, 수정체의 부피가 커져 안구 내부 조직을 압박하기도 한다. 수정체가 지나치게 단단해지면 제거 과정이 어려워지고 수술 시간도 그에 따라 길어진다. 그만큼 각막내피 등 예민한 안구 내부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증가하며 수술 후 회복기간도 길어진다.

게다가 수정체를 지지하는 조직이 약해져 인공수정체를 안정적으로 고정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단순히 백내장 수술만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라, 수술 후 인공수정체 탈구가 발생할 위험마저 커질 수 있는 것이다. 백내장은 적절한 시점을 놓치면 수술 부담이 불필요하게 커질 수 있으므로, 진단 후에는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수술 적기를 찾아야 한다.

백내장은 노화로 인한 질환인 만큼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지만, 생활 습관을 관리하여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장시간 근거리 작업이 많다면 중간중간 먼 곳을 바라보며 수정체 조절 근육을 쉬게 하고, 야외 활동 시 선글라스나 모자 등을 활용해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해야 한다. 금연 역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무엇보다 백내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연령대라면 1년에 한 번 정도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