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깨가 뻐근하고 팔이 저려요. 근육이 뭉친 걸까요, 디스크일까요?“

신경외과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많은 사람이 어깨나 팔의 통증을 단순 근육통으로 생각하고 파스를 붙이거나 마사지를 받지만, 사실 이 중 일부는 ‘목디스크(경추 추간판 탈출증)’으로 인한 신경 통증인 경우가 적지 않다. 두 질환은 증상이 비슷해 구분이 어렵지만, 치료 접근법은 완전히 다르다.

목디스크는 경추 뼈 사이에 위치한 추간판(디스크)이 제자리를 벗어나 신경을 압박하거나 신경 주변에 염증이 생겨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반면 어깨 근육통이나 회전근개 질환은 어깨 관절 주변의 근육과 힘줄의 파열이나 염증이 생겨 통증이 발생한다. 문제는 이 두 질환이 모두 ‘어깨와 팔의 통증’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초기에는 환자 스스로 어떤 원인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가장 큰 차이는 통증 양상에 있다. 어깨 근육통은 주로 특정 부위(어깨 앞쪽 또는 팔 위쪽)에 국한되며, 팔을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해진다. 예를 들어 머리 뒤로 손을 올리거나, 옷을 입을 때 통증이 심하면 근육·힘줄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목디스크로 인한 통증은 목에서 어깨 후방, 날개죽지, 팔, 손끝까지 이어지는 ‘방사통’ 형태로 나타난다. 팔 저림, 손 감각 저하, 손가락 힘 빠짐 등이 동반되면 신경 압박이 의심되며, 목디스크의 위치에 따라 목에서 어깨 후방까지만 방사통이 있는 경우도 많다.

또 하나의 감별 포인트는 자세와 연관된 통증 변화다. 어깨 근육통은 팔을 움직일 때 통증이 커지고, 가만히 있을 때는 비교적 괜찮은 경우가 많다. 반대로 목디스크는 목을 뒤로 젖히거나 옆으로 돌릴 때 통증이 팔 혹은 어깨까지 퍼지는 특징이 있다. 심한 경우 기침이나 재채기만으로도 통증이 심해진다. 이처럼 증상 패턴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두 질환을 구분하는 첫걸음이다.

진단은 단순 신체검사만으로는 어렵다. 엑스레이나 MRI 검사를 통해 목의 디스크 상태, 신경 압박 정도, 그리고 어깨 관절의 구조적 이상을 확인해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한 환자 중 3명 중 1명은 목디스크가 원인이었던 사례도 있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근육통의 경우 물리치료, 약물치료, 주사치료, 체형 교정 운동으로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디스크로 인한 신경 압박이 심할 경우에는 신경 차단술이나 도수치료, 필요시 최소침습 척추내시경 수술 등을 고려한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전체 디스크 환자의 10~20%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비수술적 치료로도 증상 조절이 가능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통증 부위만 보지 말고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다. 어깨가 아프다고 해서 반드시 어깨 질환은 아니다. 목에서 시작된 신경 압박이나 염증이 어깨나 팔로 통증을 보내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목이나 어깨 통증이 팔 저림, 감각 이상, 근력 저하로 이어진다면 지체하지 말고 신경외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진다면, 불필요한 수술이나 만성 통증으로의 진행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어깨가 아프다고 무조건 ‘근육이 뭉쳤겠지’ 하고 넘기지 말고, 통증의 출발점을 찾아내는 것이 회복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