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을 찾는 대다수의 환자는 ‘디스크’라는 단어만 듣고도 대부분 굉장히 불안해하면서 “제가 디스크가 있나요?”, “수술을 해야 하나요?”, “제 진단이 협착증인가요? 디스크 인가요?”라며 지레 겁을 먹는 경우가 매우 많다. 수많은 인터넷 블로그와 유튜브 정보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추간판 탈출증 환자들은 어떤 치료방법을 택해야 하는지 막막해서 여러 병원을 전전하기 부지기수다. 의사별로, 병원별로, 대학병원이냐 전문병원이냐에 따라 설명도 다르고 치료 비용과 방법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환자들 입장에서 혼돈을 느끼고 의사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는 것도 척추외과의사로서 십분 이해가 될 때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추간판 탈출증은 수술적 치료가 아닌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완치 또는 호전이 가능하며,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부디 이 칼럼이 환자들의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장 먼저 디스크(추간판)는 우리 몸의 척추에 위치한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정상 조직이다. 흔히 허리라고 하는 요추는 5개의 척추뼈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5번 요추 아래에 있는 천추 1번 뼈까지 포함한 총 6개의 뼈가 이루는 공간을 통상적으로 허리(요추 또는 요천추)라고 한다. 디스크(추간판)는 척추뼈 몸통인 ‘추체’사이를 연결해주는 강한 연결 조직이며, 체중 부하 시에 뼈 사이의 쿠션(충격흡수) 역할을 한다.
디스크는 ‘섬유륜’이라고 불리는 질긴 외부 층과 ‘수핵’이라고 불리는 연한 젤리와 같은 중심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퇴행성(노화)변화나 외상 등에 의해서 디스크 안에 있는 수핵의 일부가 외부를 둘러싸고 있는 섬유륜의 틈을 통해 빠져나가면서 디스크 후방에 위치한 요추 신경을 압박하고, 그 주위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서 신경을 자극하게 되는데, 이러한 상태를 추간판 탈출증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추간판 탈출증은 요추의 하부인 제4~5요추간, 제5요추-1천추간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이렇게 탈출된 디스크는 척추 신경을 압박하게 되고 해당 신경이 지배하는 부위(엉덩이, 허벅지, 장딴지, 발 등)의 저리고 당기는 양상의 통증(방사통)과 감각저하, 심하게는 근력 약화까지 유발한다. 간혹 탈출된 디스크가 심한 허리통증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허리통증이 있다고 해서 모든 환자에게 추간판 탈출증이 발견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추간판 탈출증 환자들(80~90%)은 수술을 받지 않아도 저절로 증상이 좋아진다. 즉, 비수술적인 치료만으로도 상당수가 호전되고 심지어 단순히 집에서 쉬는 것만으로도 자연치유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 이미 입증되어 있다. 단순 휴식만으로도 좋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과학적이거나 불필요한 치료를 받고도 이를 치료 때문에 좋아진 것이라고 오인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따라서 매우 심한 통증이나 하지의 마비가 동반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개 첫 2~3주 정도 비수술적 치료를 권장한다.
비수술적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 운동/물리치료, 시술로 나눈다. 먼저 약물치료는 탈출된 디스크가 신경을 압박하면서 생긴 신경 주변의 염증 반응을 줄이기 위한 치료로, 기본적으로 먹는 진통소염제가 흔히 사용된다. 신장이나 위장에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지나치게 장기간 복용은 주의해야 하며, 방사통의 호전이 없을 경우에는 프리가발린(Pregabalin), 가바펜틴(Gabapentin)등의 약물을 단기적으로 추가 사용해 볼 수도 있다. 단, 기존에 신부전 등의 기저질환이 있거나 다른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반드시 약물 사용 전에 의료진과 상의가 필요하다.
운동/물리치료는 신경의 압박으로 인한 방사통으로 생긴 근육의 경직과 통증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전기 자극, 초음파, 핫팩, 콜드팩, 마사지 등이 있다. 일부 환자에서는 견인치료로 효과를 얻는 경우도 있으나 추나요법이나 카이로프랙틱 같은 치료는 디스크환자에서 증상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디스크 질환에서 시술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경막외 주사요법 또는 신경근 차단술을 일컫는다. 심한 하지 방사통(저림, 땅김)이 있는 환자에서 사용해볼 수 있으며, 강력한 소염제인 스테로이드와 국소마취제 등의 약물을 주사를 통해 신경근 주변과 경막외 공간에 주입하는 것으로 대개 1-2주 간격을 두고 2-3회에 걸쳐 시행한다. 스테로이드는 안면홍조나 부종, 당뇨환자에서 고혈당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과하거나 반복적인 사용은 제한해야 한다. 또한 시술 과정을 무균적으로 시행하지 않을 경우 외부의 세균이 척수강 또는 경막외 공간으로 유입되어 화농성 척추 추간판염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 외에 최근 척추전문병원 등에서 많이 시행되고 있는 ‘신경성형술’, ‘풍선성형술’ 또한 경막외 주사요법의 한 종류이며 일반적인 경막외 주사요법에 비해 좀 더 추간판이 탈출된 해당 병변 부위에 정확하게 약물을 주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건강보험적용이 안 되어 비용이 비싼 단점이 있다.
이처럼 추간판 탈출증은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보존적 비수술 치료만으로도 호전된다. 그러나 모든 인체의 조직이 그렇듯 추간판 탈출증도 결국 인체에서 급격히 또는 서서히 발생하는 노화 과정의 일부이다. 따라서 대다수의 고령환자에서는 단순히 추간판 탈출증만 발견되는 경우보다는 후방 황색인대조직이 비후된 척추관 협착증이 동반된 경우가 많고 이를 완전히 분리하여 생각하기보다는 종합적으로 신경관 협착과 추간판 탈출 정도를 판단하여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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