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일하거나, 온종일 서서 일하는 등 장시간 불편한 자세를 유지하는 현대인들에게 허리 통증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운동이 허리 통증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그마저도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불안정한 자세로 인해 척추에 부담이 더해져 비교적 이른 나이에 척추를 퇴행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3040 환자 중에서도 퇴행성 척추질환을 앓는 환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척추질환 하면 사람들은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불안정한 척추가 어긋나는 '척추전방전위증'을 빼놓을 수 없다. 척추전방전위증이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과 함께 3대 퇴행성 척추질환으로 불릴 만큼 매우 흔한 질환이다.
척추 뼈 뒷부분에는 고리처럼 생긴 관절돌기가 있다. 관절돌기는 위쪽과 아래쪽의 뼈를 고정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부분에 결함이나 손상이 발생하면 척추 뼈가 어긋나면서 앞으로 밀리게 되는데 이 질환을 척추전방전위증이라 한다. 이 과정에서 척추 신경이 눌리게 되어 심각한 허리 통증이 나타나는데 이 때문에 허리디스크로 오해하기 쉽다.
선천적인 결함을 제외하고 척추전방전위증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노화다. 척추 퇴행성 변화로 디스크 간격이 좁아져 척추뼈를 지탱해 주는 근육과 인대가 느슨해지고, 이로 인해 척추 뒤쪽의 관절이 불안정해지면서 척추를 잘 받쳐주지 못해 연결고리가 붙어 있어도 척추뼈가 미끄러지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허리를 과도하게 사용해 척추 마디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과도한 운동으로 허리를 무리하게 사용해 척추전방전위증이 발생한 환자들도 적지 않다.
문제는 증상이 허리디스크 증상과 비슷해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척추전방전위증 증상의 가장 큰 특징은 앉아 있을 때 증상이 없다가 일어날 때나 걸을 때, 허리를 뒤로 젖혔을 때 신경이 압박되어 허리 통증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허리 통증이 가장 일반적인 증상이다 보니 단순 근육통으로 여겨 무시하고 방치하는 사람들이 많다.
허리 통증 외에도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하지 방사통으로 인해 장시간 걷기가 힘들어지기도 하고 엉덩이를 뒤로 빼고 걷는 오리걸음의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허리를 편 상태에서 척추뼈를 만졌을 때 특정 부위와 툭 튀어나온 것처럼 느껴진다면 척추전방전위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증상이 허리디스크와 비슷하기 때문에 치료 전 정확한 검사는 필수다. X-ray 검사와 CT, MRI 촬영 등으로 현재 척추 상태 등을 파악해 치료 방법을 결정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증상 초기에는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주사 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통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척추가 어긋난 정도가 50% 이상이라면 수술적 치료를 피할 수 없다. 대표적인 수술로는 좁아진 신경의 압박을 풀어주는 신경감압술과 척추에 나사못을 고정해 밀려난 척추를 바로잡아주는 척추유합술 등이 있다. 최근에는 척추내시경을 활용해 최소 절개로 수술을 진행하고 있어 합병증의 위험이 낮고 회복시간과 후유증도 크게 줄었다.
척추의 퇴행은 정상적인 노화 과정이지만 누구나 다 건강한 척추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을 것이다. 퇴행성 척추질환을 예방하고 싶다면 허리에 무리가 가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하지만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허리를 많이 쓰게 되기 때문에, 평소 척추 주변의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꾸준히 해주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환자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수술이 필요한 상태가 될 때까지 방치하지 말고 허리가 불편하다면 이른 시일 내에 척추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