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오면서 사람들의 옷차림과 함께 신발도 가벼워지고 있다. 대중교통을 타거나 길을 걷다 보면 굽이 매우 낮거나 높은 슬리퍼나 샌들, 푹신해서 빠른 걸음이나 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크로스 부류의 신발을 신은 사람들이 예전보다 많이 보인다. 서 있거나 걷는 모양새도 모두 각양각색인데, 사실 조금 관찰하다 보면 어깨 틀어짐이나 걸음걸이 비틀어짐이 보이는 경우가 많아 소위 말하는 ‘직업병’이 도져 어디 아픈 건 아닐지 걱정이 들기도 한다.
발이 건강에 주는 영향은 지대하다. 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통증만 하더라도 족저근막염, 아킬레스건염, 족부 아치 통증, 지간신경종, 무지외반증, 기능성 평발 등 다양한 발 관련 질환이 존재한다. 중요한 건 발로 인해 무릎, 허리 등 척추와 골반에도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급작스럽게 생긴 통증의 경우 환부의 단순 물리치료, 약물치료에도 쉬이 경과가 좋아지는 편이지만, 한 달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꽤 많다. 이는 평소 생활습관과 자세가 굳어져 일시적 치료로는 아픈 부위가 회복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이미 척추와 골반이 틀어진 상태에서 통증이 해당 부위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 특히 골반이 틀어지면 양다리의 길이가 달라지고, 그렇게 되면 몸을 지탱하는 발은 균등한 힘을 지탱하지 못하게 된다. 반대로 발의 아치가 불안정하거나 걸음걸이가 바르지 않으면, 몸의 균형이 무너져 척추와 골반이 비틀어질 수 있다. 즉, 발과 척추 건강은 불가분의 관계다.
통증이 잘 낫지 않아 내원한 20~40대 환자들의 척추와 골반을 분석해 보면, 아직은 젊기 때문에 퇴행성 협착이나 관절변형, 디스크 탈출 같은 영구적인 손상보다는 척추 정렬이나 틀어진 자체에서 발생하는 통증이 훨씬 많다. 그래서 타 병원에서 목디스크, 허리디스크로 진단을 이미 받았더라도, 본원에서는 척추, 골반의 틀어짐으로 인한 통증은 아닌지 다시 한번 검사를 하고 있다. 거기엔 발의 건강 여부도 포함된다. 치료방법은 환자의 몸에 따라 달라지고, 그에 따라 증상이 크게 호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신발 교체 및 발 치료를 통해 허리 및 승모근 통증이 좋아졌던 22세 여성 환자의 케이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평소 어깨나 골반이 많이 틀어져 있음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고, 틀어진 척추와 골반을 교정하기 위해 여러 병원을 찾던 도중에 본원에 방문한 케이스이다. 이 환자의 경우 발가락의 기능 약화와 잘못된 신발 착용이 척추의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이 환자는 누워 있으면 허리가 끊어질 듯하게 아프고, 항상 우측 승모근이 결리고 무거우며, 오래 서 있으면 무릎이나 발목도 무겁고 시큰거리는 통증이 있었다.
치료는 엑스레이에 따라 인솔(깔창)을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교정주사치료와 운동교육을 진행했다. 그러나 증상의 개선이 더딘 편이었고, 오히려 중간에 환자의 척추 근육이 우측 인솔의 높이를 버티지 못하고 정렬에서 벗어나는 문제를 보였다. 인솔은 골반의 불균형을 맞춰주기 위한 것으로, 하루에 12시간 이상 깨어 생활하는 보통 사람에게는 교정 효과를 쉽고 빠르게 볼 수 있는 치료이다. 이 환자의 근육이 인솔을 버티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기능이 약화된 발과 신발에 있었다. 첫 번째로는 발볼이 좁고 뾰족한 신발을 착용해 인솔이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하고 들려 있는 상태인 게 원인이었다. 두 번째로는 신발 내에 발이 계속 꼭 갇혀 있는 생활습관으로 발가락 힘과 발의 아치가 많이 약화된 탓이었다. 이에 따라 신발을 좀 더 폭이 넓고 바닥이 평평한 것으로 교체해 인솔을 다시 착용하고, 발의 근육 강화 운동을 적극적으로 실시했다. 그 후 척추골반의 위치가 많이 정상화됐으며, 통증은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치료가 쉽지는 않았으나 발의 적극적 치료가 척추 건강의 회복으로 연결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발 건강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 널리 알려졌다. 신발은 발볼과 쿠션감이 적당하고 3cm 이내의 굽이 적당한 신발을 신어야 하며, 발이 너무 조이거나 작은 신발은 지양하도록 한다. 또한 발 아치 및 걸음걸이 교정 등을 위해 시중에 많은 의료보조용 제품들이 나오고 있는데, 정확한 진단 없이 일률적인 높이와 사이즈로 판매하는 의료보조용품의 사용 및 잘못된 신발 착용 습관은 발의 문제뿐만 아니라 척추 골반의 정렬을 되레 망가뜨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장기간 같은 깔창을 신발에 넣어두고 신는 것은 아픈 발과 척추건강을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솔이나 기타 의료보조용 제품들을 착용한다면 척추와 골반이 얼마나 교정되었는지 추적관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본원에서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인솔 또한 척추 골반의 교정 정도에 따라 지속적으로 높이와 기울기를 바꿔가면서 처방하며, 주기적으로 환자의 교정 정도에 따라 치료를 달리하고 있다.
발 강화 운동은 개인별로 정확한 근육 및 자세 평가 후 전문가의 도움 하에 시행해야 효과적이겠으나, 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운동도 많다. 맨발로 흙이나 모래밭에 발가락의 감각을 느끼면서 걷기, 발바닥으로 테니스공 굴리기 등은 평소에 양말이나 신발로 인해 자극이 차단된 발의 신경을 회복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지외반증, 발 아치의 무너짐, 기능성 평발을 유발하는 원인은 다각도로 고민되어야 한다. 발의 문제는 척추 골반 전반의 문제를 일으키며, 반대로 척추의 문제가 발의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발과 척추 건강이 직결되어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몸에 통증이 발생하면 발 근육과 아치가 약화되진 않은 것인지 함께 검진받기를 추천한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만성통증을 해결은 척추와 골반의 정렬 해결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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