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연장술은 아주 보편화된 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현역 의사들도 쉽사리 접하기 어렵다. 필자의 경우는 운이 좋게도 전공의 시절 대한민국 최고의 자리에 계시던 교수님을 만나 사지연장술을 접할 수 있었다. 당시 사고로 잘려진 손을 재접합하는 수술을 대한민국 최초로 성공했던 유명철 교수님이 나의 스승이다.
이 수술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기보다 배우는 과정을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기다 보니 이 수술이 내 인생의 전부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맞겠다. 의학이 사람의 신체를 다루는 높은 수준의 일이지만 그중에서도 사지연장술을 전공하면 더욱 외롭고 힘든 것을 참고 견뎌야 한다.

<속성연장 모형(좌), 프리사이스 내고정과 ERC연장기(우)>
첫째, 사람들이 병원을 찾는 것은 통증이 있거나 아플 때,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다. 하지만 사지연장술은 그렇지 않다. 정상적인 사람이 키를 늘리기 위해 찾아온다. 물론 하지부동이나 단지증처럼 신체 장애로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미용목적으로 오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아프지만 않게 해달라는 게 아니다. 환자들이 의술에 거는 기대치가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환자마다 다르게 작용하는 수술 후 경과는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완벽하게 수술하겠다는 다짐이 변해서도 안되고, 처음 사지연장술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의 마음가짐이 변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내 좌우명은 24년째 ‘초심’이다.
둘째, 이 수술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정신적으로 이겨내야 한다. 의사가 될 때 누구나 평생을 환자를 위해서 살겠다는 다짐을 하는데 이 수술의 정당성을 찾아내지 못하면 하루하루가 힘들다. 필자 역시 이 수술을 하면서 ‘내가 이 수술을 왜 해야되는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수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정신과 전문의들을 찾아가 자문을 구했고, 흉터를 적게 하기 위해 성형외과 학회를 찾아다니며 기술을 익혔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키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의 경우 다른 것으로 그 스트레스를 없애지 못하며, 수술 말고는 돌파구가 없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닫고부터 책임감을 가지고 수술을 할 수 있었다.
셋째, 한 번에 끝나는 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환자와 지속적으로 소통을 해야 한다. 다른 수술들은 환부를 치료하고 부정적인 세포를 걷어내고 나면 정기 검진을 통해 상태를 체크하면 되지만, 이 수술은 환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이벤트로 문의가 들어온다. 핀부위통증부터, 걸을 때 생기는 통증, 연장을 하면서 발생하는 핀걸림통증이나 골막통증, 연장중 핀 부러짐 등 다양한 이벤트가 생기는데 환자의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멀쩡한 다리를 잘라 연장을 시작했으니 그 공포는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최소한 연장이 끝나는 시점인 두세 달은 환자와 소통을 해야 한다. 나는 포털 커뮤니티에서 환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넷째, 연장 길이를 결정한 환자를 말리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160대 초반의 환자가 와서 170은 넘기고 싶어 할 때 환자에게 안전한 연장 길이를 알려주고 최종 연장할 마지노선을 정해주는 것도 의사가 할 일이다. 나는 목표치를 높게 잡지 않는다. 연장을 시작하고 환자의 상태를 봐서 더 연장이 가능할지 판단한다.
다섯째, 이 수술은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믿을만 한 조력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은 내 인복이 받쳐준 것이라 생각한다. 20년이 넘도록 나와 함께 이 수술을 같이 하는 마취과 원장님, 수술 팀장은 세상 어느 곳에 나가도 사지연장술 수술과 휜다리수술을 완벽히 서포트 할 수 있는 분들이다. 수술을 집도할 때 서포트 할 수 있는 인재가 있어야 큰 문제 없이 수술을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힘든 것은 역시 수술하려는 환자와 수술을 말리려는 가족의 사이에 있는 경우다. 환자는 어려서부터 작은 키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성장해왔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수술을 해주지 않는다) 성인이 되어 사지연장술을 하려는데 가족이 결사반대를 하는 경우가 많다. 가정 내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진료실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가족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내 자녀가, 내 형제가 다리를 잘라서 연장한다는데 이 수술에 대해 모르는 가족의 입장에서는 큰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양측 입장을 듣다 보면 환자를 말려야 하는 경우도 있고, 부모를 설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카페를 통해 수술에 대해 모든 걸 알아보고 부모와 합의가 끝난 상태에서 진료를 오는 경우는 첫 진료 때 수술 일을 잡고 귀가하는 경우가 많아 나로서는 매우 편한 경우다.
결국 사지연장술은 인간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수술이다. 세상의 어떤 물질로도 해결할 수 없는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다.
단, 이 수술을 쉽게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 ‘수술 끝’과 동시에 환자 스스로 멘탈을 지켜가며 재활을 수개월간 해야되는 수술이고, 수개월 재활이 끝났어도 수술 전처럼 뛰기까지는 1년이 넘게 걸린다. 그리고 한 번에 끝나는 수술도 아니다. 속성 연장은 3번의 수술, 프리사이스 수술은 2번의 수술을 마쳐야 비로소 모든 과정이 끝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가 커져야 되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수술이다.
사지연장술이 어떤 이에게는 불필요한 수술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다른 어떤 이에게는 인생을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수술이다. 이 글이 사지연장술을 시작하려는 의사와 수술받으려는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