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CPR 교육의 미래
2018년 ‘한국소비자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연평균 약 3만 명’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고, 50% 이상은 주거공간에서 발생한다. 전국 만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많이 높아졌다. 하지만 실제 심폐소생술 교육 이수율은 44.9%, AED 교육 이수율은 23.3%로 수치가 저조하다. 또한 교육을 이수했다 하더라도 44.6%는 정확한 심폐소생술 조치 순서를 모르고, 70.4%는 AED 패드 부착 위치도 모르고 있었다. 심폐소생술, AED 사용에 익숙해지기 위해 자발적으로 반복, 연습할 수 있는 좀 더 ‘혁신적인 교육 시스템’이 필요한 상황이다.
‘학습’에 대한 생리학적 기전을 떠올려보자. 학습은 경험, 지식을 기억해서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기억(memory)은 저장된 정보를 다시 생각해 낼 수 있는 능력이다. 장기기억(long-term memory)은 많은 정보를 저장하는 영역으로 큰 충격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강화(consolidation)’라는 ‘반복 과정’이 꼭 필요하다.
예를 들어, 처음으로 사과 껍질을 깎을 때는 굉장히 불편하다. 칼을 잡는 것도, 사과의 껍질을 벗기는 연속 동작도 어색하다. 하지만 계속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껍질을 얇고 예쁘게 깎을 수 있다. 심폐소생술, AED 사용도 반복적으로 학습하고 연습해야 한다. 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시, 본능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몸에 익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을 이용해 ‘스스로 반복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 사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학습이 현재 가능한 곳도 있다. 자신이 필요한 시간에 교육을 받겠다고 인터넷 또는 모바일로 ‘예약’하고, 약속된 시간에 교육 장비가 있는 곳으로 가서 교육받는 식이다. 가상의 ‘강사’가 나와서 심폐소생술과 AED 사용의 전반적인 내용과 순서를 설명한다. 충분히 학습하고 나면 ‘머리 착용 디스플레이(head mounted display; HMD)’를 착용한다. 가상현실에서는 ‘심정지 상황’을 발생시킨다. 주변 환경은 공공장소, 집 등 여러 곳을 고를 수 있다. 이후 가상의 강사가 지시하는 대로 따라 한다. 환자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의식’을 확인하고, 가상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정확한 위치와 깊이, 속도로 ‘가슴을 압박’하는 것이다. 그리고 ‘AED’를 가지고 오면 정확하게 환자에게 적용하는 과정들을 반복할 수 있다.
실습이 끝나면 ‘평가’가 진행된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없으니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의식확인, 도움 요청, 가슴 압박, AED 사용 등 모든 과정은 환자 모형에 장착된 센서에 의해 점수로 나타난다. 자신이 수행한 과정의 평가 결과는 모바일로 전송돼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바로 알 수 있다.
몇 되지 않는 전문 강사가 수많은 수강생을 상대하기란 쉽지 않다. 현실적으로 학생을 한 명씩 붙잡고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말할 수 없다. 또한, 교육 시간과 공간의 제한도 있다. 기존 강사들도 이러한 새로운 교육 시스템(VR)을 활용한다면, 조금 더 효율적으로 심폐소생술과 AED를 교육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심폐소생술과 AED 사용법을 안다는 것은 곧,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는 큰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