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확인 방법
최근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흉부외과 후배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할머니 한 분이 119를 통해 대학병원 응급실로 내원했다. 진단명은 다발성 갈비뼈 골절과 혈흉(흉막강 내에 혈액이 고인 상태), 기흉(흉막강 내에 공기가 찬 상태). 부러지면서 뾰족해진 갈비뼈가 가슴에 있던 혈관과 허파를 찌른 것이다. 다행히 흉관 삽입술을 시행해 출혈이 멈췄다. 환자는 중환자실과 일반 병실을 거쳐 무사히 퇴원했다.
환자에게 갈비뼈 골절이 발생한 이유는 놀랍게도 ‘심폐소생술’이었다. 과도한 가슴 압박이 갈비뼈를 부러뜨렸던 것이다.
사건은 이러했다. 할머니가 한겨울 미끄러운 길에서 넘어졌다. 충격이 있었는지 말이 어눌했고, 몸도 가누지 못했다. 그 옆을 지나가던 용감한 고등학생은 할머니를 ‘심정지’로 판단했다. 할머니의 “왜 이라노~ 왜 이라노~”라는 외침을 뒤로한 채 즉시 심장마사지를 시행했고, 이로 인해 뼈가 부러진 것이었다.
갑자기 내 눈앞에서 사람이 쓰러진다면, 특히 그런 일이 처음이라면 누구나 당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심정지인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실신(syncope)’이다. 실신의 정의와 일반인에게 추천하는 ‘심정지 확인법’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응급실에 실려왔던 할머니와 같은 불행한 일은 막을 수 있다.
실신은 뇌 혈류 감소로 인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고 자세를 유지하지 못해 쓰러지는 것을 말한다. 실신을 일으키는 많은 원인 중에서 ‘미주신경 실신(vasovagal syncope)’은 가장 흔한 원인으로 ‘신경-심장성 실신’이라고도 한다. 미주신경은 뇌 신경의 하나로 대표적인 부교감신경이다. 극심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긴장이 있으면 자율신경계는 항진된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혈압은 올라가며 입이 바싹 마른다. 교감신경 항진에 반응하여 부교감신경은 길항작용을 일으킨다. 부교감신경이 항진되면 전신 혈관은 확장되고 심장으로 돌아오는 혈액량이 줄어들면서 혈압은 떨어지게 된다. 갑자기 혈압이 떨어져 뇌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하면,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게 되는 것이다.
조회 시간 한참을 서 있다가 식은땀을 흘리면서 스르륵~ 쓰러지는 학생, 술 취한 상태에서 화장실 가려고 일어서다가 쓰러지는 사람들은 미주신경 실신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미주신경 실신이라면 당연히 심장마사지는 필요 없다. 주변을 살핀 후 ‘안전한 장소’에서 쪼그려 앉거나 하늘을 보는 자세로 누워 있으면 된다. 이런 자세는 정맥 환류량을 증가시켜 혈압이 서서히 올라가고 의식이 자연스럽게 회복되도록 돕는다.
실신과 심정지를 정확하게 구분하려면 ‘심장박동’과 ‘호흡’을 꼭 확인해야 한다. 의료인이라면 이 두 가지를 ‘10초 이내’에 확인해야 한다. 심장박동은 머릿속을 지나는 좌우 한 쌍의 동맥인 온목동맥(common carotid a.)과 넙다리동맥(femoral a.)을 손으로 직접 느끼면서 확인할 수 있고, 호흡은 가슴과 배의 움직임을 통해 알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이 긴박한 상황에서 10초 이내에 이 두 가지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의식확인을 위해 쓰러진 사람의 뺨을 때린다거나 심하게 몸을 흔들면 안 된다. 내부 손상을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인은 먼저 ‘어깨’를 두 손으로 가볍게 툭툭 치면서, 큰 목소리로 느리고 또박또박 “여보세요, 여보세요, 괜찮으세요?”라고 물어본다. 반응이 없다면 한 번 더 ‘어깨’를 치면서, 이번에는 빠르고 단호하게 “여보세요, 여보세요, 괜찮으세요?”라고 물어봐야 한다.
환자가 물음에 대답하거나, 신음을 내 거나, 몸을 움직이는 등의 ‘의식 반응’을 보인다면, 심정지가 아닐 확률이 크다. 하지만 몇 번의 의식확인 과정을 거쳐도 전혀 이런 반응이 없다면 심정지를 의심한다. 이때는 먼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심장마사지를 하는 등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왜 이라노~ 왜 이라노~” 하시던 할머니의 외침이 눈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