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정형외과 질환은 염증과 함께 통증을 동반한다. 흔히 염증은 세균과 같은 병원성 물질에 의한 감염으로 유발된 경우를 생각하기 쉽다. 외부 침입자에 해당하는 세균 등이 침투하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신체 방어기전의 작용으로 염증성 물질이 발현된다. 이는 외부 침입자에 대적하기 위해 백혈구 세포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반응인데, 이 과정에서 신체는 통증으로 증상을 나타낸다. 결국 염증은 우리 몸을 방어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신체 반응이며, 염증과 통증은 마치 실과 바늘의 관계인 셈이다.

병원성 물질과 같은 외부 침입자는 아니지만 반복된 물리적 자극이나 외부 충격에 의해서도 염증이 발생한다. 근골격계 질환이 이런 경우인데 이때의 염증 반응이 통증을 발현시키기는 하지만, 특별히 대적할 병원성 물질과 같은 외부 침입자가 있어 발생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염증을 줄이는 약물을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통증을 경감시킬 수 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퇴행성관절염처럼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에서 염증을 줄이는 치료법으로 중요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 즉 오랜 시간 반복된 물리적 자극에 의한 염증은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므로 이를 견디지 못하는 환자들은 항염 작용을 하는 강력한 물질인 ‘스테로이드’의 마력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환자들 사이에서 ‘뼈주사’로 불리는 주사치료가 바로 ‘스테로이드’라는 약물을 사용한다. 주사를 이용해 관절 안에 스테로이드 약물을 직접 넣어 염증을 빠르게 가라앉히고, 극심한 통증을 경감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즉각적인 통증의 경감을 경험한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은 스테로이드 약물에 대한 부작용을 알면서도 뼈주사를 계속해서 선호한다. 하지만 잦은 스테로이드 주사치료가 반복되면 내성에 의해 치료 효과가 둔감해지는데, 이는 스테로이드의 투여횟수를 점점 더 늘리는 원인이 되어 결국 인공관절 등 수술에 이르기 전까지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만든다. 

반복적인 스테로이드 투여는 환자의 주사치료에 대한 의존성을 높이는 문제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도 위험성을 드러낸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관절염의 진행을 촉진하고, 골절과 골다공증의 위험을 높인다. 무릎 연골 손상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는 것도 그중 하나다. 이러한 스테로이드 주사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 및 임상 결과는 주기적으로 보고된다. 뼈가 녹거나 괴사하는 증상, 관절 주위의 지방 또는 피부의 손상, 힘줄이나 인대의 손상 등이 가장 잘 알려진 부작용이다.

물론 통증이 심해 걷기조차 힘든 환자에게는 스테로이드 주사가 단기적인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많다. 또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연골의 변화가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과 모든 환자에게서 연골의 변화가 발견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이처럼 관절전문 의료진 사이에서도 ‘스테로이드’ 관절주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스테로이드 주사치료도 관절염을 치료하는 치료법의 일종이다. 그런데 항염 작용을 통해 통증 경감의 효과를 얻고자 맞는 주사가 오히려 관절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이 주사치료를 지속할지 여부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 것이 맞다. 즉 단기적으로 통증을 줄이기 위해 드러난 부작용을 감수하기에는 상당한 위험성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통증이 아주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스테로이드 관절주사를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더 많다.

따라서 통증 자체만을 일시적으로 줄이고자 무작정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는 것은 권장할 만한 치료가 아니다. 발현되는 통증의 원인이 연골의 손상인지, 윤활막의 염증인지, 관절 주변의 힘줄이나 인대 손상 때문인지, 아니면 반월상연골판의 파열 때문인지 정확한 검사와 진단에 따라 적절한 치료법을 시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히 퇴행성관절염 초기일수록 주사치료 외에 관절의 올바른 사용과 적절한 운동, 물리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오히려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통증을 경감시키는 등 장기적인 치료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부득이하게 주사치료를 받더라도 퇴행성관절염에서 주사치료는 약물을 관절에 직접 주입하는 만큼 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반드시 인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