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들은 직업상 밤에 운전을 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 이 분들은 나이가 들면서 신기한 현상을 겪는다고 한다. 낮에는 뿌옇게 잘 보이지 않는데 밤만 되면 너무나 잘 보인다는 것이다. 날이 어두워지면 내비게이션 모니터도 깨끗하게 잘 보이며, 심지어 책도 볼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눈이 ‘회춘’이라도 한 것일까?
사실, 우리의 눈은 회춘하기 가장 힘든 기관이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면 눈이 젊어진 것이 아니라 백내장일 가능성이 더 높다. 백내장은 단순히 눈 앞이 점점 뿌옇게 보이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택시 기사 분들은 안과에서는 ‘주맹 현상(주맹증)’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이는 초기 백내장 증상 중 하나로, 수정체 중간 부분부터 백내장이 발생하기 시작한다면 나타난다. 낮에는 동공이 작아져서 수정체 중간 부분으로만 보게 되므로 뿌옇게 보인다. 그러나 밤에는 반대로 동공이 커져 빛이 들어오는 부분이 넓어지는데, 이렇게 되면 백내장이 아직 없는 수정체의 바깥쪽 부분까지 넓게 써서 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낮보다 밤에 훨씬 잘 보이게 된다.
비슷하지만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면, 평소에 노안이 있던 사람이 갑자기 돋보기 없이도 잘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사람들도 백내장인지를 의심해보아야 한다. 백내장이 발생하면서 수정체의 굴절률이 달라질 경우가 있다. 그래서 갑자기 시력에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또한 단안복시라는 증상도 나타나는데, 한쪽 눈으로 보는데도 사물이 두세 개로 겹쳐 보이는 것을 말한다.
평소와 달리 시력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면, 좋아졌던 나빠졌든 안과에서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 보통은 안질환의 초기 증상일 수 있어서다. 40대 이상일 경우 1년에 1~2회 검진한다면 자신의 눈 상태를 정확히 알고 대응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내 눈을 지켜 줄 ‘단골 안과’를 만들어 두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