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났다. 언제 그랬냐는 듯 연일 이어진 더위가 점점 가시는 가운데, 휴가 기간을 이용해 평소 미루어 둔 시력교정 수술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여전하다. 좋은 시력을 위해 따로 또 같이 바삐 움직이는 의료진을 볼 때, 이런 의료진을 믿고 찾아주는 고객들을 만날 때마다 하나라도 더 섬세하게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눈은 시력교정이 가능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선천적으로 앓고 있는 전신 질환이나 안과 질환이 있지 않은 이상 굴절이상, 각막 두께 등을 살펴보면 개인의 선호에 따라 여러 시력교정 수술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라식, 라섹, 스마일라식, 렌즈삽입술, 게다가 이러한 수술과 같이 할 수 있는 시술까지 생각하면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수술 방법은 10가지가 넘는다. 주머니 사정과 라이프 스타일도 고려해야 하지만, 평생 단 한 번 하는 수술인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한 가장 좋은 시력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수술을 결심한 환자와 충분히 상담 후 개인의 생활 패턴과 예산에 맞추어 각막을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깎아야 가장 좋은 시력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한다. 의사로서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사람마다 다른 눈 조건. 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수술 방법을 찾기 위한 의사들의 노력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어져 왔다. 그중 하나가 랜들만 스코어(Randleman ectatic risk score)다. 각막 지형도 이미지와 각막 두께, 나이, 수술 후 잔여각막 실질두께, 안경도수를 합산해 라식 수술이 가능한지 또는 위험한 지를 일종의 도표로 만든 것이다. 많은 의사들이 여기에 각자의 노하우와 직관을 보태 수술 방법을 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것도 완전히 객관적인 근거라 보기는 어렵다. 랜들만 스코어는 각막의 단단한 정도(Biomechanical factor)는 판단 지표에 넣지 않은 데다, 앞서 언급한 다양한 변수 중 어디에 무게중심을 두는지, 환자나 의사의 선호도에 따라 최종 결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변수를 없애고 객관적인 눈 조건으로만 판단하면 어떤 수술이 가장 좋은 수술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술 제안 시스템이다. 알려진 여러 판단 기준과 전문의의 노하우로 ‘검사 값-수술 방법’ 세트를 학습시키고, 지금도 새로 들어오는 데이터를 학습시켜 정확도를 높이는 원리다. 반복 학습을 진행하다 보면 ‘이런 검사에는 어떤 수술이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이러한 인공지능은 앞으로도 검사 결과를 입력하면 의사가 수술 방법을 결정하는 생각의 단계를 그대로 따라간다. 의사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이 탄생한 셈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의사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대체된다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의사와 환자의 수술에 도움을 주는 보조장치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 현재까지 의료계의 입장이다. 또한, 데이터 값이 적거나 양질의 데이터가 아니면 정확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므로, 인공지능 도입했다면 데이터 관리도 앞으로 남은 숙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