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개봉했던 영화 ‘미션 임파서블:로그 네이션’에서는 전편에 비해 한층 다양해지고 까다로워진 미션들이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홍채를 감지해 신원을 파악하는 홍채 인식 시스템은 눈길을 끌었다. 홍채 인식 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발전해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개인을 감별해내는 것은 물론, 한 단계 더 나아가 홍채를 통해 체질을 진단하고 치료 방법을 모색하는 의료학적 연구까지도 이뤄지고 있다.
홍채학이란 홍채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모양(iris characteristics)을 관찰해 개인의 유전적인 특성 및 기능적인 상태를 평가하는 학문이다. 홍채학자들은 홍채의 앞면에 나타나는 색소, 색소 분포, 그리고 구멍(열공, lacuna)의 위치 등 홍채학적 특성을 감별해 질환을 진단한다. 홍채학은 19세기 말 헝가리 의사 펙제리(langz von Peczely)에 의해 개발됐으며, 이후 서구 대부분의 국가에 전파돼 다양한 진단과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스웨덴의 라르손 박사 연구에 따르면 홍채 조직의 손실(홍채에 구멍이 많은 것)은 경험에 대한 개방성, 친화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치밀한 홍채 조직을 가진 사람은 조직이 엉성한 홍채를 가진 사람에 비해 더욱 온화한 성품을 갖춘 동시에 신뢰성이 높았고, 기쁨이나 행복처럼 긍정적인 감정을 더욱 잘 표현했다. 또한 홍채 표면에 수축구(nerve ring)가 많은 사람은 적은 사람에 비해 열망과 욕구를 통제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특성을 나타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이후 한의학에서 홍채를 이용한 진단법이 진료에 응용되다가 1998년 대한홍채의학회가 창립돼 홍채학 연구의 방향을 정립했다. 체질이란 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몸의 생리적 성질이나 건강상의 특징을 말하는데, 홍채학은 체질 감별의 도구로도 활용됐다. 체질 홍채학에서는 홍채에 나타나는 다양한 표지를 분석해 특정한 방식으로 분류한 후, 이를 바탕으로 개체의 생리현상, 병리 현상, 치료 및 예후 등을 파악하고자 한다.
국내에서는 또한 유전자 다형성과 홍채 체질과의 관련성 및 사상체질과 홍채와의 관련성 연구 등이 꾸준히 진행됐고 연구 방법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도출돼 왔다. 본인도 홍채 특성과 심박변이도 및 기질 성격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Europian journal of integrative medicine’에 게재한 바 있다. 이 연구에 의하면 홍채의 특성은 인체의 기능적인 변화(심박변이도)보다 선천적인 부분(기질과 성격)과 연관이 더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채 구멍의 수가 많을수록 위험 회피 성향이 적었으며, 대신 자율성은 강한 경향을 보였다. 홍채 반점의 수가 많을수록 사회적 보상 성향이 강하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초기 홍채학자들은 홍채의 특성을 통하여 모든 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고 본 반면에 최근의 연구들은 과학적인 분석방법을 통하여 홍채 특성의 유전적인 경향성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기질, 성격과 체질과의 연관성을 밝히려 하고 있다. 홍채학 연구를 이끌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과 뜨거운 자부심을 동시에 느낀다.
/기고자 : 누베베한의원 임영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