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선생님, 저는 밤 일을 할 때 삽입하고 몇 분 안돼 바로 사정을 합니다. 결혼 초에는 와이프가 별 말을 안했는데, 애 둘 낳고 좀 살만하니까 밤일에 재미를 붙이고 싶은지 요즘에는 슬쩍 불만을 이야기하더군요. ‘나이 서른 다섯을 넘겨 이제 밤 일이 즐거워지려하는데, 재미 좀 보려니까 저 혼자만 헐떡거리다 내려간다’고 말입니다. 지난 주엔 한 친구가 때수건으로 성기를 박박 문지르면 감각이 둔해져 조루가 없어질거라고 해서 까칠까칠한 새 타월로 따라 해 봤지만 상처만 나고 별 효과가 없더라구요.”
성 관계 할 때 오랫동안 삽입하는 것이 여자를 만족시키는 최고의 방법이라 굳게 믿는 김씨에게 한마디 던졌다. “모든 여자들이 오래 삽입한다고 해서 오르가즘에 도달하는 건 아닙니다.”
나는 김씨에게 우선 성 관계 전 잠과 휴식을 충분히 취할 것, 삽입 전에 부인의 성감대를 충분히 자극해서 부부가 같이 오르가즘에 도달하도록 노력할 것, 혹 먼저 사정을 했다면 부인에게 ‘애프터서비스’를 해서 오르가즘에 도달하도록 할 것, 무엇보다도 병원을 다니면서 조루를 치료할 것 등등의 일반적인 지침사항을 알려줬다. 그러면서 우울증 환자에게 쓰는 항우울제 ‘프로작’을 처방했다.
조루는 남성 사정장애의 가장 흔한 형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남성의 사정 조절능력이 부족해서 성관계 중 스스로 원하기 전에 클라이맥스에 도달해 버리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과거에는 조루의 원인을 단순한 심리적 원인으로 간주하고 자위행위를 이용한 ‘정지-시작요법’을 권고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또 프로작 등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우울증 환자에게 부작용으로 사정 지연 현상이 나타나는 것에 착안해 항우울제를 조루증 치료제로 처방하지만 매일 복용해야 한다는 게 불편함이다.
최근에는 성기의 감각신경이 예민해서 조루가 생기는 것으로 보고, 국소 마취제가 들어 있는 스프레이제나 연고제도 사용되고 있다. 일부 개원 비뇨기과에서는 남성 성기 귀두의 감각 신경 중 일부를 잘라 감각을 둔하게 하는 수술로 조루를 치료하기도 한다.
조루는 남녀 모두에게 불만을 가져다줄 수 있다. 여성은 설령 성 파트너가 조루증이 있다 해도 상처주는 말을 해선 안되고 남성도 성 파트너에게 삽입 이외의 방법을 통해 충분히 사랑을 표현해야 할 것이다. 서로 노력하는 데도 불구하고 계속 불만이 있다면 전문의의 치료를 받도록 한다.
/ 임필빈 강남성모병원 비뇨기과 전문의
입력 : 2003.12.02 10:39 04'